BMW 420D 쿠페는 자동차 소유와 운전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주는 매력적인 자동차다.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바디라인은 10년을 타도 질리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고 16.5km/l에 이르는 복합 공인 연비는 일상용 쿠페로도 손색이 없는 경제성을 자랑한다. 사진제공|BMW코리아
■ BMW 420D 쿠페
볼륨감 강조 역동적 차체…디자인 새 지평
정경호·수영 커플 데이트 때 이용 ‘유명세’
50:50 이상적 무게밸런스 코너링 성능 업
후륜구동 불구 눈길서도 안정적 주행 성능
연비도 만족…기대 이하 가속력은 아쉬워
BMW 그룹의 한국인 디자이너 강원규 씨가 디자인 한 차로도 유명한 BMW 420D 쿠페를 시승한 날은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겨울철 후륜 구동 차량 운행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앞섰지만 420D 쿠페는 단 한번의 흔들림 없이 눈 쌓인 강원도 언덕길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 미적 감각과 생활의 여유를 증명해주는 420D 쿠페
쿠페는 단순히 자동차의 기능적인 측면만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는 차는 아니다. 특히 BMW의 쿠페라면 매일 아침 차를 마주대하고 시동을 걸 때마다 느끼는 심미적인 만족도를 더 중시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BMW 420D 쿠페는 이동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넘어, 소유자의 미적 감각과 생활의 여유를 보여줄 수 있는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탤런트 정경호와 소녀시대의 수영이 데이트할 때 이용한 차로 더 유명해지기도 했다. 420D와 함께한 데이트는 분명 더 달콤했을 것이다.
420D 쿠페는 시승할 때는 물론 차를 세워 놓고 바라볼 때조차 만족스럽다. 역동적인 심미성을 강조한 디자인, 특히 지붕에서부터 내려오는 숄더 라인과 펜더(자동차 바퀴 윗부분)의 볼륨감과 당당함은 쿠페 디자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 운전이 즐거운 역동적인 주행 성능
420D를 타고 시내구간을 빠져나가면서 느꼈던 가장 큰 특징은 승차감이 의외로 안락하다는 점이었다. BMW 특유의 단단함은 유지하면서도 3, 5시리즈에서 느끼는 편안함과는 또 다른 차원의 편안함이 인상적이었다. 디젤 엔진의 소음은 전혀 거슬리지 않는 정도였고, 서울에서 속초까지 장거리 여행을 마치고 난 뒤에도 편안하다는 느낌에는 변함이 없었다.
눈이 내리기 전 와인딩 코스에서는 쿠페 핸들링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420D 쿠페의 시트 포지션은 BMW의 2인승 로드스터인 Z4(130mm)와 동일하다. 차체가 낮으면 운전자는 어떤 코너도 더 빠르게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420D 쿠페는 단순히 느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고속 코너링을 무난하게 받아낸다. 50:50 앞 뒤 무게 배분이 만들어내는 이상적인 밸런스와 BMW 특유의 날카로운 핸들링은 420D 쿠페에서도 고스란히 살아있다. 3시리즈 쿠페보다 차체 강성은 60% 향상되고, 무게는 25kg 줄어든 것이 민첩성과 안정감의 바탕이다.
강원도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뜻하지 않은 함박눈이 쏟아졌다. 고속화 국도여서 도로 조건 자체는 좋은 편이었지만, 눈이 2∼3cm 가량 쌓이고 군데군데 결빙 구간도 있어 운전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420D의 눈길 주행 능력은 만족스러웠다. 윈터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다는 것이 눈길 안정성의 상당부분을 좌우했겠지만, 후륜 세단으로 눈길 주행은 ‘쥐약’이라는 세간의 평가들 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이 정도면 미끄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만큼 아찔한 경사도의 내리막길에서도 저속 주행으로 무리 없이 통과했고, 평지 구간에서는 시속 70∼8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눈이 내리지 않는 고속도로에서도 쿠페다운 폭발적인 가속력은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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