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총본산 이세신궁서 회견 “개헌 등 잘 설명하면 이해해줄것”군사대국화 일방통행식 추진 예고… 9일부터 아프리카-중동 순방안보리 이사국 노린 ‘지구본 외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일 미에(三重) 현의 이세신궁(神宮)에서 연두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역점과제로 ‘적극적 평화주의’와 ‘개헌’을 또 내세웠다. 이는 군사 대국화로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과 중국에 잘 설명하면 이를 이해해 줄 것”이라며 ‘일방통행식 세계관’도 드러냈다.
이세신궁은 일본 왕실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에게 제사 지내는 신사로 일본 제국주의의 정신적 기반이던 국가 신도(神道·일왕을 정점으로 한 국교)의 총본산이다.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7명의 각료와 함께 신궁을 참배했다. 지난해 1월과 10월에 이어 총리 취임 후 세 번째다.
아베 총리는 한국, 중국 정상과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양국이 반발하는 부분에서는 평소 주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는 질문에 대해 그는 “곤란한 과제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제조건을 붙이지 않고 정상들이 흉금을 열고 대화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또 그는 “내가 공개석상에서 ‘대화의 문은 늘 열려 있다. 꼭 일중, 일한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대화를 위한 직접적인 어프로치(접근)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베 총리의 대화 요청에 대해 “중국 인민은 아베 총리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기존 태도를 다시 밝혔다. 그는 “아베 총리는 양면적 방법으로 대중관계를 희롱해왔고 중-일 관계의 대국을 훼손하고 중국 인민의 감정을 해치는 잘못된 행동을 계속해 왔다. 아베 총리가 말끝마다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중국 지도자와 대화를 희망한다고 하는 것은 허위”라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제2차 세계대전 후 구축된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가 러시아와의 영토 협상에서 ‘역풍’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이날 보도했다.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박형준
베이징=고기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