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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논란 속에서 핀 꽃들

입력 | 2014-01-07 03:00:00

‘사랑과 전쟁2’ 17일로 방송100회




부부 갈등의 원인은 비슷한 듯 다 다르다. 불륜과 고부 갈등은 단골 소재지만 이야기는 계속 변형된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제작진은 “소재는 되풀이돼도 접근 방식과 결론은 세월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사진 오른쪽의 배우 최영완은 김희정-민지영으로 이어지는 ‘사랑과 전쟁’이 낳은 대표 배우다. KBS 제공

《 요즘 유행하는 막장 드라마의 원조다.
불륜이나 고부 갈등 같은 고전적인 소재는 물론 장모와 사위 갈등, 섹스리스 부부, 오피스 와이프처럼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한 소재를 앞서 다뤄왔다. 그 덕분에 적은 제작비(미니시리즈의 30% 이하)에 19금 등급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동시간대 1, 2위다. 》



     

장수 ‘19금 예능’인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거쳐 간 작가와 배우들. 위 부터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 ‘문영남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김희정과 민지영, 이시은.

17일 방송 100회를 맞는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얘기다. 10년간 방영된 시즌1(1999∼2009년)에 이어 2011년 시작한 시즌2도 순항 중이다. 특히 이 프로는 신인 작가와 ‘중고’ 신인 배우를 발굴하는 데도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박지은 작가는 ‘사랑과 전쟁’이 낳은 대표적인 스타 작가다. 그가 쓰는 SBS 수목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현재 20%가 넘는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원래 예능 구성작가 출신인 그는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기 전 1년간 ‘사랑과 전쟁’ 시즌1의 작가로 활동했다. 전작인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다양한 ‘시월드’ 에피소드나 MBC ‘내조의 여왕’과 ‘역전의 여왕’에서 보여준 실감나는 주부 캐릭터는 이때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SBS 월화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의 하명희 작가도 ‘사랑과 전쟁’ 시즌1 출신이다. 그는 10년간 시즌1에서 갈고닦은 기량을 바탕으로 ‘따뜻한…’에서 색다른 불륜 사례와 맛깔 나는 대사를 선보이고 있다. 전작인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에서도 결혼 전 상견례나 혼수 준비 같은 사례를 세밀하게 다뤄 호평을 받았다. 그는 “우여곡절 없는 평범한 삶을 살면서 소녀 취향의 글을 썼는데 ‘사랑과 전쟁’을 계기로 삶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며 이때의 경험을 “작가 인생에서 ‘신의 한 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20%대 시청률을 기록한 KBS 드라마 ‘루비반지’의 황순영 작가와 KBS 일요 드라마 ‘산 너머 남촌에는2’ 이금주 작가도 ‘사랑과 전쟁’을 거쳤다.

배우들 중에는 KBS 주말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 출연하는 김희정이 시즌1 출신이다. 당시 그의 연기를 눈여겨본 문영남 작가가 ‘조강지처 클럽’의 모지란 역으로 그를 캐스팅했다. 이후 김희정은 문 작가의 작품에 잇달아 출연하며 ‘문영남의 페르소나’라는 별명을 얻었다. 각종 예능 프로와 케이블 채널에서 주연급으로 활동하는 민지영과 최영완 이시은, 서울대 출신으로 유명한 유지연도 이 프로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사랑과 전쟁’ 시즌2의 고찬수 PD는 “제작비가 적어 신인이나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중고 신인을 찾아내 기용한다. 배우로서는 주연을 맡을 수 있기 때문에 이 프로를 거치면 연기력이 많이 향상된다”고 말했다.

방송계 관계자들은 ‘사랑과 전쟁’이 시청률 저조로 폐지됐던 단막극을 대신해 신인 발굴의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한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사랑과 전쟁’의 자극적인 소재와 공감을 주는 대사, 에피소드적인 구성은 현재 드라마가 선호하는 트렌드와 닿아 있다”면서 “작가나 배우 모두 ‘사랑과 전쟁’에서 이 같은 소재에 대해 미리 학습해 온 셈”이라고 분석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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