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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최예나]석달째 제자리… 채동욱 관련 수사 의지 있나

입력 | 2014-01-07 03:00:00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 군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수사가 석 달이 넘도록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조오영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실 행정관(55)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해 12월 17일 기각된 이후 벽에 부닥친 형국이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에 불만을 토로하지만 애초에 수사 의지가 약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07년 7월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가족의 주민등록초본 유출 사건 수사를 돌이켜보면 그런 지적이 더욱 힘을 얻는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7월 초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국세청과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경찰청 등에서 이 후보 관련 정보에 접속한 기록을 받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이 후보 가족 3명의 주민등록초본을 부정 발급받은 혐의(주민등록법 위반)로 전직 경찰 간부 권모 씨(당시 64세)를 긴급체포한 뒤 구속했다. 며칠 뒤에는 권 씨에게 주민등록초본 발급을 부탁하고 자료를 넘겨받은 혐의로 박근혜 후보 캠프 인사 홍모 씨(당시 55세)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조 전 행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당시 사건 관련 자료를 유사 사례로 첨부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어떤가. 검찰은 당초 형사부 검사 1명에게 사건을 맡겼다가 12월에 검사 2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사건을 배당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서초구청을 압수수색했다. 약 일주일 뒤인 지난해 11월 28일 채 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조이제 서초구 행정지원국장(54)을 소환했다. 정보 조회를 부탁한 인물로 조 전 행정관이 지목돼 조사했으나 막상 조 전 행정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하지 않았다. 조 전 행정관의 ‘오락가락’ 진술에 의존해 뒷조사 청탁의 ‘윗선’으로 김모 안전행정부 국장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신모 전 청와대 비서관을 조사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러다 보니 유력 인사의 약점과 관련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대하는 검찰의 잣대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2007년에는 야당 후보와 관련된 수사였지만 지금은 살아있는 권력이 도마에 올라 있으니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검찰이 머뭇거리는 사이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대적으로 하기도, 그렇다고 안 하기도 어려운 수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사건은 겨우 안정을 되찾은 검찰 조직이 국민의 불신을 떨쳐버릴 수 있을지 첫 번째 시험대가 돼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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