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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기적의 온정냄비’ 6년째 펄펄 끓다

입력 | 2014-01-07 03:00:00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 무대, 인천 만석동의 ‘아름다운 기부’




인천 동구 만석동 쪽방촌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이웃사랑 성금을 모으고 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지난 6년간 이 마을에서 모은 성금은 약 600만 원에 이른다. 인천쪽방상담소 제공

인천의 가장 오래된 빈민지역이자 인천 유일의 판자촌인 동구 만석동.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주무대로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이곳 주민의 70%는 65세 이상 노인. 대부분 문구, 팬시 용품을 만드는 자활사업이나 폐지 줍기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동네 사람들이 지난 6년간 펼친 아름다운 선행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만석동 주민 250여 명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111만1100원을 이웃사랑 성금으로 기부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에 모은 성금은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외국인 노동자 보호시설인 ‘중국동포의 집’ 무료급식소 재건 현장에 전달된다. 이곳은 지난해 10월 일어난 화재로 건물과 조리시설이 망가져 여태껏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만석동 주민들이 동네 자활사업장에 이웃사랑 성금 모금함을 설치한 건 2008년 겨울. 평소 주변으로부터 연탄, 가스, 식량 등을 지원받아 근근이 생활하던 가난한 동네에 모금함이 생겼다는 것은 작지만 큰 변화였다. 당시 모금함을 처음 설치했던 이준모 인천내일을여는집 목사는 “하루 꼬박 일해도 1000원을 겨우 버는 노인들이 기부에 참여할지조차 의심스러웠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기적이 일어났다. 100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성금함에 모였다. 자활 사업장에서 볼펜 하나 조립하면 겨우 ‘3원’ 벌 수 있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도저히 믿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만석동 주민 김명광 씨(71)는 “우리 스스로 작은 기적을 만들어보자고 주민들끼리 희망을 불어넣었다. 우리보다 더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린 모두 행복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난 6년간 만석동 주민들이 모금회에 전달한 이웃사랑 성금 액수만 총 558만860원. 아주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저소득 어린이 치료비, 사회복지시설 복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

김주현 모금회 사무총장은 “만석동 주민들의 기부는 크기로만 따질 수 없는 값진 성금”이라며 “힘겹고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모아 기부하는 행위 그 자체에 절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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