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신년회견/전문가 평가]본보 전문가 패널 “대체로 합격점”… 경제전문가 “경제활성화 높이 평가”
6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 대해 대체로 합격점을 준 동아일보 전문가 패널 평가단의 총평이다. 대북(對北)정책은 원칙에 입각해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통일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집권 2년 차 국정 운영과 관련한 나름의 청사진을 소상히 제시했고 공공부문 개혁, 창조경제를 통한 역동적인 혁신경제 구상, 내수 활성화 등의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논란이 많았던 소통 부족 시비를 불식시키기에는 아쉬웠다는 평가도 나왔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얘기할 때 흥분하지 않고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자신감 있는 표현을 쓰면서 (남북관계 악화로 불안한) 국민을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통일 시대를 위해 사회적 비용을 축소하고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합리적으로 설명했다”고 했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집권 2년 차인데도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플랜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불통 논란에 대해선 부정적 평가가 나왔다.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인 태윤정 ‘선을 만나다’ 대표는 이날 회견을 “대화라기보다는 설명에 가까운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불통 논란에서 진전된 게 거의 없다시피 했다”면서 “대통령은 자신의 충정을 국민이 잘 받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정성호 동명대 언론영상광고학부 교수는 “국정 전반에 대해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좋았지만 교과서적인 딱딱한 답변들이 나왔다”고 했다.
○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구체적 실행 방안 나와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을 제시하며 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강조한 데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인 4%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것이 중요하다”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해 개발시대 논리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임기 안에 뭐든 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창조경제가 장기적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면, 내수 활성화는 침체에 빠진 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계획으로 제시됐다”며 “우리 경제의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신년 구상의 핵심이었던 공공기관 개혁, 내수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모두 이해관계자의 거센 반발이 뒤따르는 사안인데 3년 내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 부채의 원인을 파고들면 국책 사업과 관련돼 있어 이를 개혁하려면 상당한 마찰을 일으킬 것”이라며 “방향은 적절하지만 추진 체계가 무엇인지,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했다”고 말했다. 신동엽 연세대 교수(경영학)도 “‘앞으로 이렇게 해 나가겠다’라는 차별성이 더해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생경제에 대한 언급이 부족해 아쉬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은 “국민행복시대라고 하지만 빚 내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운 국민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며 “민생 부분을 더 짚고 넘어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여야 반응은 극과 극
여야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새누리당은 “집권 2년 차 국정 방향과 철학을 국민과 공유하는 자리였다”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유일호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평소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해 온 만큼 직접 국민 앞에 설명할 수 있는 장이 자주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변명과 반박만 늘어놨다”고 혹평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인사 대탕평 등 국민이 듣고 싶어 했던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일방적 국정 홍보의 장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의원은 “국민적 갈증이 많이 남는 회견이었다”고 말했다고 윤호중 의원이 전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문병기·배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