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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어떻게…” 경총 설명회 몰려든 기업들

입력 | 2014-01-07 03:00:00

대법 판결 이후 임금협상 대혼란… 정부 지침 이르면 주내 나올듯




“통상임금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부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올해 임금협상 대책을 세울 수가 없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설명회를 찾아다니는 중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7일 열리는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 대응 전략 세미나’에 참가 신청을 한 중견 철강업체 인사담당자 A 씨 얘기다. 이번 세미나는 수용 가능 인원이 100명이지만 300여 명이 참가신청을 했다. 경총은 당초 1회만 진행할 예정이던 세미나를 두 차례 더 마련했으나 이마저 조기 마감되면서 총 네 차례 열기로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8일 열리는 통상임금 관련 설명회에도 500여 명의 참가 신청자가 몰렸다. 법무법인 광장은 6일 기업 대상 세미나를 열었으며 다른 법무법인들도 잇달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통상임금 적용 범위를 놓고 혼란을 겪는 기업들이 각종 설명회나 세미나 등을 찾아다니며 정보 수집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대법원이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지만 정부가 구체적인 ‘통상임금 산정 지침’을 아직 내놓지 않은 탓이다.

○ 늦어진 정부 지침이 혼란 부추겨

기업들은 이번 판결을 반영해 새로 노사 협상을 해야 한다. 근로자들은 정기 상여금에 속하는 수당의 범위를 늘리려고 하지만 기업들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수당으로 돌려 임금 상승을 최소화하려는 입장이다.

경총 세미나에 참가할 예정인 한 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당장 올해 인건비를 책정해야 하는데 고용노동부에 문의해도 ‘기다리라’는 말만 하더라”며 “다른 기업들 준비 상황이라도 들어 보기 위해 참가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기업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고용부는 이르면 이번 주 ‘통상임금 산정 지침’을 정리해 배포하기로 했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산업계의 혼선을 감안하면 너무 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전북 지역 경제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통상임금을 기업 규모별로 나눠 적용하거나 (적용) 시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 휴일근로수당, 근로시간 단축… 노사관계 뇌관 ▼
기업들 통상임금 비상

경총 관계자는 “새로운 통상임금 기준 적용 시점은 노사 합의로 결정할 사안이지 정부가 기업 규모별로 나눠 적용하거나 시기를 유예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시점을 명확히 하지 않은 점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한 대형 병원 인사담당자는 “현재 신입 직원들과 고용계약서를 작성 중인데 판결만으로는 이들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 다른 사안에도 불똥 튀나

재계는 통상임금 판결의 후폭풍이 휴일근로수당, 근로시간 단축 등 다른 현안에까지 영향을 미쳐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르면 이달 경기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시를 상대로 “휴일 근무자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추가 지급하라”고 제기한 소송에 대해 확정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대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 주 40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휴일 근무 근로자들의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 당정은 지난해 10월 휴일 근로를 연장 근로에 포함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반면 노사정이 함께하는 임금체계 개편, 임금피크제 도입 등의 논의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위원장 선거 중인 데다 민노총은 정부와의 대화 단절을 선언하는 등 대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이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타협점을 제시하는 등 불확실성을 줄였지만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니 기업들은 매우 불편한 상황일 것”이라며 “정부는 법제화를 서둘러야 하며 기업과 노동계의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한 노사정위원회의 역할도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창규 kyu@donga.com·강유현·강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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