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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1000조원 돌파… 눈덩이처럼 늘어 9년새 2배

입력 | 2014-01-08 03:00:00

두달간 9兆↑… 정부 2월 공식발표
부채 증가속도 빨라 ‘위험한 뇌관’… 양적완화 본격 축소땐 이자 급증
1월중 대책… 뾰족수 없어 고민




가계부채가 이미 100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681조1000억 원으로 두 달 전인 지난해 9월 말보다 9조 원 증가했다. 앞서 9월 말 기준으로 발표된 가계부채(가계대출에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가 991조700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두 달 동안 증가분만으로도 이미 전체 가계부채는 1000조 원을 넘은 셈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 정부의 공식 집계는 다음 달에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가계빚 1000조 원 시대’가 이미 열렸다는 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 가계빚 9년 새 두 배로 급증

가계부채는 2000년대 들어 부동산 경기 호황과 저금리라는 양 날개를 달고 가파르게 불어났다. 2004년 말 494조 원이던 가계부채는 매년 50조 원 이상씩 늘어나더니 9년 만에 배 이상으로 커지며 어느새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경제규모가 커지면 빚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그 속도다. 경제성장률이나 소득 증가율보다 부채 증가율이 크다 보니 가계의 채무 상환능력이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4년 103%였지만 지난해 6월 137%까지 올라갔다. 가계가 소득의 상당부분을 빚 갚는 데 쓰다 보니 소비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경제위기라도 닥치면 가계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태다.

가계부채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진 것은 역대 어느 정권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잡지 못해 가계대출을 제어하는 데 실패했고, 이명박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고집하면서 가계부채 억제에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현 정부도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측면이 있지만 지난해 발표한 네 차례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데 빌미를 제공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 시장 금리 상승으로 대출자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소득 대비 빚이 많은 영세 자영업자와 내집빈곤층(하우스푸어)이 특히 위험하다.

● 뾰족한 대책도 없어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정부도 이달에 별도의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문제를 그대로 놔두기엔 향후 경제 운용에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 정부의 고민이다. 부채의 절대규모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금리 인상이 효과적인데, 이럴 경우 자칫 기존 채무자의 이자부담만 키우고 회생의 기미를 보이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그렇다고 가계의 상환부담을 줄여주자니 총량 관리가 어려워지고 성실하게 빚 갚는 사람들만 차별한다는 모럴해저드 논란이 나올 소지가 크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가계부채는 단숨에 해결을 볼 수 없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시원한 대책보다는 세밀한 관리방안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제2금융권의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고액 전세대출을 억제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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