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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는 지금 ‘김여사 사로잡기’

입력 | 2014-01-08 03:00:00

조식-청소에 발레파킹까지… 호텔식 서비스로 女心 유혹




서울 마포구 서교동 ‘메세나폴리스’는 입주 2년차까지 입주민에게 무료로 주1회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한다. GS건설 제공

“아침밥을 안 지어도 된다고요?”

포스코건설이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에서 분양하는 오피스텔 ‘광교 더 샵 레이크파크’ 본보기집에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이런 문의를 하는 주부들의 전화가 부쩍 늘었다. ‘주부의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분양대박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 첫 분양 당시 포스코건설이 원래 내세웠던 차별화 포인트는 ‘풍경’이었다. ‘365일 나는 호숫가 별장에 산다’가 신문광고의 문구였다. 오피스텔 내 모든 집에서 광교호수공원을 조망할 수 있다는 장점을 부각한 것이었다.

막상 광고가 나가자 의외의 포인트에서 ‘대박’이 터졌다. “입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식사 서비스를 제공한다”라고 작게 적힌 부분을 보고 주부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분양 담당자들은 이례적으로 2주 만에 광고문구를 수정했다. ‘365일 식사 서비스, 식사 준비와 설거지에서 해방’. 본보기집에 접수되는 상담건수는 이전 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

‘김 여사’를 위한 호텔식 서비스

건설사들이 요즘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에 식사 준비, 청소 등을 해주거나 주차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주택 선정의 결정권을 쥔 ‘아줌마’들을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두산중공업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에 짓는 고급 아파트 ‘프로젝트D’(가칭)도 모든 입주민에게 특급호텔 수준의 조식 및 청소 서비스, 주차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분양대행사인 신영M&D의 최병엽 부장은 “해외여행이나 출장이 잦아 입주도우미를 고용하기를 꺼리는 입주민이 많은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홍보관을 찾는 방문객을 위해 ‘특급호텔 수준 조식의 올바른 사례’도 준비했다. 이 아파트의 주된 수요자인 상류층의 선호 메뉴를 조사한 뒤 유기농 빵과 쿠키, 차 등을 제공한 것. 최 부장은 “실제 입주할 사람들에게 이런 수준의 유기농 메뉴로 아침식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홍보했다”면서 “식대는 관리비로 후불 정산하고 원할 경우 각 가정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성산업이 경북 김천혁신도시에서 짓는 ‘김천 코아루 파크드림시티’ 오피스텔도 조식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가족을 두고 서울에서 혼자 내려와 근무하는 공공기관 공무원이 많은 만큼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접목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분양 중인 ‘래미안 강동팰리스’는 호텔의 ‘컨시어지(안내원·집사) 서비스’ 개념을 도입해 방문객 안내 및 택배 보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 불황 속 이색 서비스 확산

건설사들이 여심 공략에 나선 것은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광범위한 타깃을 대상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분양 방식에서 탈피해 수요 계층을 더 좁혀 ‘타깃 마케팅’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교 더 샵 레이크파크’가 식사 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가족단위 입주민을 오피스텔 수요로 돌리기 위해서다.

‘프로젝트D’는 학군 등 ‘강남 프리미엄’을 포기하면서까지 강북으로 옮기려는 수요 계층을 분석한 끝에 가사 지원 서비스를 마련했다. 회사 측은 “이 아파트의 타깃 입주 계층이 자녀를 유학 보냈거나 출가시킨 부부, 기러기아빠 등이어서 집에서 직접 조리를 하는 가구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SK건설은 대구 수성구의 ‘수성SK리더스뷰’에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식 서비스를 지원한 바 있다. 2012년 9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주상복합아파트 ‘메세나폴리스’는 올 9월까지 무료 주차대행 및 주1회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택시장 불황기에 일부 건설사들이 이처럼 한시적으로 ‘호텔식 서비스’를 도입한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서비스가 영구화하는 추세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홍유라 인턴기자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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