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은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된다. 대통령 연설 때 많이 쓰는 프롬프터도 없다. 하이라이트는 일문일답이다. 대통령이 얼마나 사안을 꿰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오바마는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으로부터 당일 질문할 기자 명단 10명을 전달받아 차례로 질문 기회를 줬다. 질문은 까칠했다. 추락하는 대통령 지지율,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국가안보국(NSA) 도·감청 의혹, 표류하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부채한도를 둘러싼 의회와의 대립까지 하나같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질문들이다.
▷기자들의 창과 대통령의 방패는 양보 없는 한판 승부다. 오바마가 ‘착한 기자’일 것이라 여기고 첫 질문권을 줬다는 AP통신 여기자 줄리 페이스는 “올해가 대통령에겐 사상 최악의 한 해 아닌가요”라는 당돌한 질문으로 초장부터 대통령을 코너로 몰아붙였다. 답변이 주제에서 약간이라도 벗어나면 중간에 끊고 들어가 다시 묻는 고약한 기자도 여럿이다. 험악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고 한 여기자가 대통령의 새해 다짐을 물었다. 오바마가 “백악관 기자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나의 새해 결심”이라고 말하자 비로소 폭소가 터져나왔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