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S 치료 선진국’ 美의 보훈부 산하 뉴욕 병원 가보니
미국 보훈부 산하의 뉴욕하버헬스케어시스템 맨해튼병원에서 가상현실 시스템을 활용해 상황을 재연하는 방식으로 PTSD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뉴욕하버헬스케어시스템 제공
그는 환자를 접할 때마다 30여 년 전 진료실에서 마주했던 한 노령의 퇴역군인을 떠올린다. 이 환자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비행기 추락 때 탈출에 성공했지만 상관을 남겨두고 온 죄책감에 진료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수십 년 전의 일을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각하며 헤어나지 못하는 노병(老兵)의 모습에서 PTSD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치르는 나라인 만큼 군인들에 대한 외상 후 스트레스 치료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해외 전쟁터에서 복귀한 병사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인근 보훈부 산하 병원의 1차 진료실을 찾아 건강상태를 점검하는데, 이때 PTSD 진단테스트를 받는다. ‘PCL’로 불리는 이 테스트는 17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테스트에서 PTSD 환자로 의심되면 클리닉으로 보내져 집중 치료를 받게 된다.
10일에는 뉴욕 주 서북부 바타비아 시에 PTSD 여성 환자들이 입주해 살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고급 주거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희망센터’로 불리는 이 시설에 보훈부는 540만 달러(약 58억 원)를 투입했다. 환자 12명에게 개인 침실 등을 주는 이곳은 마치 휴양시설을 연상시킨다. 미 전역에 이런 주거시설이 남성 30곳, 여성 8곳에 이른다.
미 보훈부 의료네트워크가 PTSD 환자들을 위해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면 국립PTSD센터는 이들을 후방에서 든든하게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1989년 보훈부 설립과 함께 문을 연 이곳은 관련 연구활동을 벌이는 기관으로 출발해 PTSD를 제대로 알리는 교육활동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국립PTSD센터는 최근 민간부문과 접점을 늘리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PTSD 증상이 군인뿐 아니라 △소방관 △경찰관 △대형 재난과 테러를 경험한 시민 △성폭행을 당한 여성 등에게도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PTSD센터의 파울러 슈너 부소장은 “한국이 외상 후 스트레스를 전담하는 센터를 제대로 만들려면 현 실태와 환자에 대한 충분한 연구를 하는 게 급선무”라며 “보여주기 위한 센터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Post Traumatic Stress Syndrome·PTSS) ::
전
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을 트라우마(Trauma)라고 한다. PTSS는 트라우마가 원인이 된
정신질환군(群)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보다 폭넓은 개념이다. 트라우마를 입었던 당시의 기억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공포에 시달리고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동반한다.
<특별취재팀>
▽팀장 하종대 부국장
▽사회부 김상수 차장 황금천 조건희 김성모 기자
▽국제부 박현진 뉴욕특파원 박희창 기자
▽정치부 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