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퀀텀 점프(대도약)를 위한 제언<4>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성장률은 여전히 낮지만 지난해 2·3분기에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두 분기 연속 1%대 성장을 했다. 무역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대치다. 물가상승률은 1% 정도니 이자율을 감안하면 오히려 내린 셈이다. 우등상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회초리를 맞아야 할 성적표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왜 서민들은 주머니가 더 가벼워졌다고 하고, 영세상인들은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며, 많은 중소기업이 문을 닫고 있을까.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처음 만난 사람들이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이다. 대통령은 그들을 위한 정부가 될 테니 지켜봐 달라고 했다. 필자는 전임 대통령인 MB가 처음 찾은 곳이 전경련이었음을 떠올리며 뭔가 다른 경제 정책을 기대했다. 하지만 단기 성적표에 대한 강박 때문인지 수출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전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대기업들이 갖춘 경쟁력이 있으니 다를 거라고 한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간 초고속으로 성장한 중국 경제와의 적절한 분업 관계가 호황의 주요 원인이다. 우리의 철강, 기계, 석유화학 같은 중간재와 중국 제조업 경쟁력이 합쳐져 유럽과 미국 시장을 장악했다. 이 협업 관계는 향후 10년간 경쟁 관계로 바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중국 경제에서는 내수가 성장의 축이 되고 있다. 내수를 살리려면 자국 산업의 보호와 고용 증대가 필수다. 파트너가 경쟁자로 바뀌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하루에 1000억 원 정도의 이익을 낸다. 제2의 삼성전자를 키우자고 한다. 하지만 1, 2등 하는 우등생 점수를 아무리 올려봐야 학급 평균점수는 오르지 않는다. 학급 구성원 전체의 실력을 높여야 한다. 게다가 스마트폰 시장 경쟁 격화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도 3분기보다 18.31%(약 2조 원) 줄어들었다.
대기업도 이처럼 힘든 판에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많이 만드는 일이야말로 나라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슬로건이 아닌 실질적인 중소기업 활성화 정책이 절실하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충격요법도 필요하다.
중국을 떠나려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중국 인건비도 올랐으니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고객을 모시듯 그들을 대접해야 한다. 창업해서 100명, 200명을 고용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올라가면 77가지 혜택이 줄어든다. 이 제도도 손을 봐야 한다. 정부가 개선책으로 내놓은 업종별 매출액 기준도 행정 편의주의다. 매출액 49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올라가면 77가지 혜택이 줄어드는데 누가 매출을 늘리고 싶겠나. 회사를 쪼개서라도 줄일 거다. 혜택은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 체질을 강화할 때까지 기다려 주고, 회사를 키운 기업가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사회적 존경을 보내는 시스템도 추진해야 한다.
청년창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 한다. 연기금과 민간금융회사의 투자를 독려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제도를 과감하게 고쳐 몇 년 하다 말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톡옵션에 대한 과세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가급적 빨리 시행하기를 바란다.
경제의 틀은 한 분기나 한 해 만에 바뀌지 않는다. 어쩌면 5년 내내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CEO들이 임기 안에 어떻게든 좋은 실적을 내려고 무리를 한다. 연임을 위해서다. 나라 경제의 성적표는 훗날 “그때 힘들고 어려웠어도 덕분에 지금 이만큼 살게 됐네”라는 국민의 칭찬과 함께 배달된다. 지금 어려워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챙겨야 한다.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