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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커토크] 이동국 “팀 중심 잡아줘” 김남일 “이젠 네가 해라”

입력 | 2014-01-09 07:00:00

전북 현대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이동국(왼쪽)과 김남일이 8일 전북 완주 클럽하우스에서 가진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완주|남장현 기자


■ 전북 현대서 베테랑 콤비로 뭉친 김남일·이동국

전북 현대는 알찬 2014시즌 준비를 했다. 올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특급 스트라이커 이동국(35)을 잔류시킨데 이어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37)을 데려왔다. 30대 중반, 축구 선수로는 전성기를 넘겼지만 이들은 자신감에 차 있다. 잘생긴 얼굴과 시크한 매력을 지닌 이동국과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는 김남일은 의외로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친분이 남다른 둘과의 그라운드 밖 만남도 시종 유쾌했다. 전북 선수단이 8일 브라질 상파울루로 동계 전지훈련을 떠나기 앞서 전북 완주군의 클럽하우스에서 둘의 인터뷰가 이뤄졌다. 당초 약속된 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대화는 끊이질 않았다. 결국 “(인터뷰) 2부는 전훈을 다녀온 뒤 다시 하자”는 말로 사커토크가 끝났다.

김남일

널 처음 봤을 땐 이미 스타라 선배처럼 여겼지
올해 전북 와서 무엇보다 챔스리그가 기대돼

이동국

강한 이미지는 여전하네 낯가림 심한 거 빼고
형도 기량으로 뽑혔으니 인천에서처럼 해줘


● 장난이 운명으로

김남일(이하 김) : 기억해? 너 예전에 그랬잖아. ‘형을 장바구니에 담아뒀다.’ 그 때만 해도 난 그저 농담으로만 듣고 ‘야, 담지만 말고, 좀 꺼내 달라’고 답했지. 정말 날 전북이 장바구니에서 꺼내줬네. 너무 좋아서 잠도 설쳤다니까.

이동국(이하 이) : 사실 그 이야기 몇 년 전부터 했잖아. 난 정말로 형이 올 줄 알았다니까. 올해가 정확한 타이밍이었고. 언젠가 둘이 함께 뛰리라는 생각을 했어. (김)상식이 형이 작년에 은퇴를 하고 팀에 중심을 잡아줄 누군가가 필요했으니. 난 공격수다보니 앞만 볼 때가 많아서 뒤를 챙길 선수가 왔으면 했거든. 밖에서 감독-코치 선생님들이 미처 챙길 수 없는 세세한 것까지 말이야.

김 : 야, 이젠 네가 좀 해라. 할아버지가 됐는데 또 후배들에게 무슨 잔소리를 하겠냐. 하긴 여기 와서 널 딱 보는데, 그냥 웃음만 나더라. 굉장히 오고 싶었어. 대개 먼저 사인하고 팀 합류를 하잖아. 그런데 난 계약서도 안 만들고 여기 내려왔어. 막무가내였지. 하루 빨리 운동하고 싶어서. 맞다, 너 거짓말했지? 클럽하우스에 내 방이 이미 배정됐다고. 그 말 믿고 한참 방을 찾았는데 전혀 안 보였잖아.

이 : 그걸 믿었어? 당연히 장난이었지. 그냥 방 배정됐다고 농담했더니 ‘정말 간다’고 말을 하길래 깜짝 놀랐어. 하긴 우리 전북에 슈퍼스타가 나타났지.

● 소통의 베테랑 콤비

김 : 이거 왜 그래? 어색하게.

이 : 형이 말수가 많지 않잖아. 그동안 어린 친구들과 얼마나 대화를 해봤겠어. 여기서 우리 후배들에게 거리감 줘서는 안 되는 거 잘 알지?

김 : 음, 그게 얼마나 어려운데. 맞는 말이야. 소통이 가장 큰 숙제지. 그래도 네가 우리 팀 주장이라는 게 정말 다행스럽다. 카리스마도 있고. 그런데 후배들이 널 좋아하냐?

이 : 녀석들이 피곤할 리가 없죠. 얼마나 잘해주려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다가가게 되잖아. 그래도 형이 계속 클럽하우스에 눌러 살면 안 되는 거 알죠?

김 : 알고 있어. 내가 여기 있으면 불편한거. 차차 집을 알아볼 테니 걱정 마라. 하긴 네 집에라도 살면 되잖아.

이 : 형이 와서 너무 기대가 커. 좋은 선수들도 보강됐고. 이제 다시 전북다운 모습이 나올 것 같아. 형도 기량으로 뽑혔으니 인천에서 뛸 때처럼 해줘.

김 : 함께 대화하다보니 널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나네. 그 때 이미 넌 특급 선수였잖아. 난 아무 것도 아니었고. 동생인데, 왠지 선배처럼 느껴졌어. 우승도 많이 경험했고. 이제 잘 좀 부탁한다. 조언도 많이 구해야할 것 같아.

이 : 형은 항상 강한 이미지였어. 아마 모두 같은 생각일걸. 다 부수고 다니는 파이터, 지금까지 똑같지. 낯가림이 심한 건 아쉽지. 만날 친한 사람하고만 몰려다니고.

김 : 그래 나도 단점을 찾아주마. (주저 없이) 넌 자신감이 지나쳐. 항상 느껴왔던 장점이자 단점이야. 어깨도 너무 높이 올라갔고.

이 : 에이, 그건 형이잖아.

● 전북의 내일을 그리다

김 : 참, 너 그거 알고 있니? 작년엔 전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 뭔가 내가 알던 전북이 아니란 생각이 자주 들었어. 물론 성적이 나쁜 건 아니었는데도 좀 묘했어. 인천에도 좀 강하지 못했고.

이 : 당연히 인정해. 최강희 감독님도 한동안 자리를 비우셔서 동계훈련부터 시즌 초반을 다져주지 못했잖아. 아쉬웠지. 물론 정규리그 3위도 좋은 성적인데, 주변에서는 이미 우릴 그 수준을 뛰어넘어 항상 1∼2위를 다퉈야 한다고 보잖아. 그러다보니 선수들도 비긴 경기에도 진 것처럼 느끼고. 하긴 그래서 긍정적인 면이 있어. 적어도 전북이 좋은 팀이라는 인식은 확실하잖아.

김 : 나는 올해 전북에서 그 어떤 것, 그 무엇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가 기대된다. 생각만으로도 정말 흥분되는데. 여기 입단하고 네게 가장 먼저 한 말도 그거잖아.

이 : 맞아. 정말 간절해. 전북이 가장 화려했던 2011년 경기력을 올해 다시 보이고 싶어. 더욱 강한 스쿼드도 이뤄졌으니. 틀림없이 가능하리라 믿어. 우리가 작년 아시아 정상 팀인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를 조별리그에서 만났다고 걱정하잖아. 대회 정상을 밟으려면 꼭 이겨야 할 팀을 먼저 만난 것도 나쁘지 않아.

김 :
인천에서는 지도자도 생각하고, 제2의 인생 설계도 했었는데 전북으로 오면서 개인적 인 욕심은 다 내려놨다. 미래 설계는 없어. 지금은 K리그 클래식과 챔스리그만 열망하고 있지.

이 : 그래요. 우리 꼭 우승해! 못할 건 또 뭐야?

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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