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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영예로운 제복 뒤의 고통을 보듬어주는 나라

입력 | 2014-01-09 03:00:00


군인 경찰 해양경찰 소방관 등 ‘제복을 입는 공직자(MIU·Men In Uniform)’는 언제라도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다는 소명의식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출근해도 무사히 퇴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군사 충돌 때는 물론이고 각종 재난과 사고의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고 재산을 지키느라 자신의 안위는 뒷전인 경우가 많다. 동아일보사와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의 제3회 시상식이 어제 박수와 환성 속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순직 경찰관과 소방관의 유족에게 위민(爲民)상을 수여할 땐 장내가 숙연해졌다. 오늘은 동료가 숭고한 희생을 했으나 내일은 내가 그럴 수 있는 것이 MIU의 세계다.

국민은 MIU 덕에 단잠을 잘 수 있지만 정작 이들 가운데는 악몽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참혹한 현장에서 받은 충격으로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S)을 겪는 이들도 많았지만 그동안 숨겨진 존재였다. 공포와 우울증 환청 환시 알코올의존증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경찰관은 3명 중 1명, 소방관은 7명 중 1명꼴이라는 조사도 있다. 사정이 이런 데도 당사자들은 인사 불이익을 우려해 드러내놓고 고통을 호소하기 어렵다고 한다.

국내엔 MIU의 PTSS 치료와 연구를 총괄하는 종합센터가 단 한 곳도 없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등이 PTSS를 겪는 참전군인 등을 종합적으로 치료한다. 이제라도 이를 참고해 고통받는 MIU를 체계적으로 돌봐야 한다. 본보가 국립 트라우마센터 만들기, 인사 불이익 걱정하지 않게 하기, MIU의 PTSS 검사 의무화, 경제적 보상제도 마련, 가족까지 보살피기 등 5대 제언을 한 것도 그래서다.

국민이 MIU에 애정을 갖고 성원해야 MIU도 제복을 더욱 영예롭게 생각할 것이다. 어제의 수상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MIU가 헌신에 합당한 예우와 보상을 받아 마땅하다. 그들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상찬(賞讚)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