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교과서 퇴출운동은 사실 왜곡한 진영논리 학교 자율권 침해지학사 교과서는 좌파로 분류하기 어려워역사학계의 주류를 형성한 김용섭 리영희 박현채 강만길
황호택 논설주간 채널A 시사프로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진행
‘대한민국 사관(史觀)’에 입각한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일념에서 교학사 집필진이 급하게 서두르다 일제 용어를 걸러내지 못해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교학사 교과서는 일제의 침략전쟁에 동원된 한국인 위안부가 중국과 동남아 일대로 끌려가 희생당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3장 게재했다. 그런데 트럭에 실려 이동하는 위안부 사진을 설명하면서 ‘한국인 위안부는 전선의 변경으로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썼다. ‘따라다니는’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최종 인쇄본에서 ‘끌려다니는’으로 바꾸기로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놓았다는 교학사의 설명이다.
교학사 교과서는 초본이 나오기 전부터 유관순 열사를 ‘여자 깡패’로 기술했다는 허무맹랑한 공격도 받았다. 교학사를 공격하는 쪽은 천재교육이나 미래엔컬쳐 교과서에서 유관순을 언급조차 안한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닫는다. 그러나 쌀 ‘유출’이나 ‘수탈’을 ‘수출’로 표현했다거나 대중적 거부감이 강한 식민지근대화론의 연구를 일부 활용한 것에 대해서는 신중하지 못했다는 자성(自省)이 교학사 쪽에서도 나온다.
교학사 교과서가 독재를 미화했다는 비난도 사실과 다르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5·16군사정변에 대해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라고 기술했다. 10월 유신도 ‘자유민주주의 정도에서 벗어난 비상체제인 동시에 독재’라고 규정했다.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계엄군이 시민을 무자비하게 진압하자 시위가 대규모로 번졌다. 신군부는 광주 시민을 폭도로 몰았다’는 설명이 들어 있다.
교학사 교과서가 다른 교과서와 두드러지게 구별되는 점은 북한에 관한 부분이다. 김일성 개인숭배와 3대 세습을 통한 북한의 전체주의화 과정을 상세히 서술했다. 핵과 미사일 개발, 군사도발, 인권상황도 구체적이다. 북한에 여러 차례 다녀왔다는 박삼옥 상산고 교장(전 서울대 사회대학장)은 좌편향 교과서들이 “북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학사를 제외한 7종 교과서 중에서는 지학사 교과서가 비교적 균형이 잡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집필자인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지학사 교과서는 북한의 3대 세습과 주체사상을 분명하게 비판한다. 지학사 쪽은 “좌파 분류가 억울하다”면서도 “우파로 분류하지는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률 제로로 만든 좌파 역사교육계가 지학사로 타깃을 옮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지학사 교과서는 일제강점기에 동아 조선일보가 한국인을 대변하는 표현기관임을 자임하며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평가했다. 지학사 교과서는 1936년 동아일보의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 사건을 다루며 그때까지도 항일정신이 살아 있었지만 마침내 1940년 총독부에 의해 폐간됐다고 소개했다.
황호택 논설주간 채널A 시사프로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진행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