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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서비스업 강조했는데… 발전法 2년 넘게 국회서 낮잠

입력 | 2014-01-09 03:00:00

[‘민영화 반발’에 발목잡힌 경제정책]
저항에 부닥친 서비스산업 청사진




2012년 9월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장.

“서비스산업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종합계획을 세우는 등의 노력을 하자는 법안입니다. 의료 민영화, 이런 것과는 관계가 없습니다.”(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

“장관님이 뭐라고 하시든 이 법은 의료 민영화를 위한 법이라고 생각합니다.”(민주당 ○○○ 의원)

2013년 10월 기재부 국정감사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졌다.

“이 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의료와 교육을 산업의 영역으로 넘겨주는 것입니다.”(민주당 ○○○ 의원)

“제가 몇 번을 읽어 봐도 이 법은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는 순수한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김현수 국민대 교수·서비스산업총연합회 정책위원장)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내수 활성화에 있어서 서비스산업 육성은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서비스산업의 청사진에 해당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야권의 ‘민영화 프레임’에 걸려 2년 넘게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 서비스발전기본법, 2년 넘게 국회 대기 중

정부가 지난해 10월 ‘반드시 처리해 달라’며 건의한 경제 활성화 법안은 44개였다. 동아일보가 8일 이들 법안의 진행 상황을 점검한 결과, ‘반타작’을 조금 넘는 수준인 56.8%만이 국회를 통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19개 법안은 국회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특히 서비스발전기본법은 2012년 7월 제출된 뒤 무려 537일 동안이나 계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법안은 정부가 2011년 12월 제출했다가 18대 국회 회기가 끝나며 폐기된 후 19대 국회에 다시 낸 것이어서 처음부터 따지면 국회에 제출된 지 2년이 넘는다. 이 법안은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 계획 및 연도별 수립 계획 수립·시행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 설치 및 운영 △연구개발 활성화 및 투자 확대 △특성화 교육기관 지정 △전문연구센터 지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향후 서비스산업 발전의 토대가 될 법안이다 보니 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국회 등에서 여러 차례 통과를 호소한 바 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경제5단체장도 여야 지도부를 만나 처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의료’라는 단어조차 들어 있지 않은 이 법안을 막고 있는 것은 ‘의료 민영화 괴담’이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들은 ‘영리병원 도입 등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전 단계 아니냐’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기재부에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설치하고 보건의료 분야를 경제 논리로 접근할 경우, 의료 분야의 공공성 수준이 낮아지고 결국 의료 민영화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민주당 의원들도 ‘공공의 영역인 의료를 산업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 대선 때는 찬성하던 민주당, 입장 바꿨나

이 법안을 의료 민영화와 직접 연결시키는 것을 두고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이 만들어지더라도 향후 의료 교육 등 각 분야의 세부 사항은 개별 법을 고치지 않고서는 현재의 틀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의료법을 고치지 않으면 영리병원 도입 등 의료단체들이 걱정하는 일들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해명 자료도 여러 차례 냈는데 소용이 없더라”라며 답답해 했다. 기재부는 다만 그동안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를 시도할 때마다 해당 부처와 이익단체의 반발에 막혔다는 점 때문에 법이 통과되면 향후 업무 조율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 측도 이 법안을 두고 “여야 간 큰 이견이 없기 때문에 몇 가지 부분만 수정해 조속히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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