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라오스 홍낭시다 사원 실측조사 동행 취재
《 “‘공주의 방’이란 이름이 붙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원이지만 (붕괴 뒤) 손댈 엄두도 못 냈습니다. 현지에서 기술력으로 명성 높은 한국이 나서줘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비엥케오 숙사바티 라오스 문화유산국 부국장) 지난해 12월 29일 라오스 남부 참파삭 주의 주도 팍세 인근 홍낭시다 사원 앞. 현지 문화재관리 총책임을 맡은 비엥케오 부국장은 함께 사원을 둘러보며 연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으로 치면 문화재청장인 그가 수도에서 남동쪽으로 500km 이상 떨어진 지역(자동차로 12시간 이상 소요)까지 동행한 것부터 이를 입증했다. 》
라오스 홍낭시다 사원 앞에서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김광희 국제교류팀장(가운데)과 백경환 연구원(왼쪽)이 지난해 12월 29일 현지 관리소 직원과 마지막 현장점검을 벌이고있다. 연말을 라오스의 ‘땡볕’ 현장에서 보낸 두 사람은 “이곳에 한국이 복원했다는 안내문이 세워질 날을 떠올리면 더운 날씨나 열악한 환경은 아무렇지 않다”고 했다. 팍세=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현장 복원을 맡은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자신 있다는 표정이었다. 한국의 해외복원유물 제1호인 만큼 3년 동안 준비를 착실히 해왔기 때문이다. 김광희 재단 국제교류팀장은 “현장사무소 건립조차 라오스 정부와 유네스코가 세세하고 상의해 명확한 규정 아래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지 관계자들은 ‘한국이 너무 꼼꼼한 거 아니냐’는 불만 아닌 불만을 전할 정도였다.
홍낭시다 사원 복원 예상도. 까맣게 표시된 부분은 이해를 도우려 사원 내부를 투시해서 보여줬다. 탑처럼 보이는 오른쪽 봉안소는 명확한 기록이 전해지지 않아 일부만 복원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제공
다행히 초기부터 문화재청과 협력해온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은 팔을 걷고 나섰다. 김수권 대사는 “지속적으로 라오스 정부와 협의해 폭발물 제거 활동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현장 문화재담당자들에게 준외교관 신분을 보장해주는 것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새벽부터 시작한 현장점검은 해가 뉘엿뉘엿 기울자 마무리됐다. 다음 달 초 착수할 본격적 복원사업은 △보존과학조사 및 고증연구 △해체조사 △건축설계 및 시공 순으로 진행된다. 관리사무소의 또 다른 부소장 우돔시 커삭시는 “일요일에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벌써부터 왓푸 사원의 주신전 복원도 (한국이) 맡아주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종진 재단 이사장은 “그만큼 신뢰관계가 형성됐다는 의미에서 고마운 말”이라면서도 “첫술에 배부르기보단 한 계단씩 차분하고 확실하게 밟아나가겠다”고 말했다.
팍세=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