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만화 ‘겨울왕국’
미국에서는 지난해 11월 말 개봉한 ‘겨울왕국’은 현재까지 2억 달러(약 2133억 원)의 수입을 거두며 디즈니 사상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디즈니 제공
벡델 테스트에 등급이 있다면 디즈니의 새로운 공주 이야기 ‘겨울왕국’(16일 개봉)은 특A급을 받을 만하다. 지나치게 여성 편향적이라는 판정을 받을지도 모른다.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한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아렌델 왕국의 공주 자매다. 차가워 보이는 언니 엘사는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마력을 지녔지만 이를 숨기고 있다. 천방지축 말괄량이 동생 안나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냉랭한 언니에 대해 반감을 쌓는다.
영화의 줄거리는 꽁꽁 얼어버린 아렌델 왕국의 마법을 풀기 위해 언니를 찾아 나선 안나의 모험이다. 안나는 눈밭에서도 치렁치렁한 공주 드레스를 포기하지 않지만, 여느 남성 영웅 캐릭터 못지않은 용기와 도전정신을 보여준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2012년)을 비롯해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는 최근 디즈니 공주들의 공통점이다. 이 영화가 내세우는 것은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공주 자매의 성장과 우애다. 한스 왕자마저 조연급이다.
이 때문에 ‘겨울왕국’은 딸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물론 어른 관객이 즐길 요소도 많다. 디즈니 특유의 화려한 영상과 질 높은 OST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게다가 ‘한눈에 반한 상대라도 결혼은 신중히 결정하라’는 깨알 같은 교훈도 준다. 전체 관람가.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