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화해를 위한 종교인 신년 릴레이 인터뷰]<중>‘희망 전령사’ 차동엽 신부
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만난 차동엽 신부. 가톨릭계의 희망 전령사인 그가 찾은 새로운 희망의 씨앗은 언어, 바로 말이었다. 2월 ‘천금말씨’(가제)를 출간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6일 서울 정동에서 만난 차동엽 신부(56)는 “다른 일도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증오의 언어가 세상을 지배했다”며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는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짐이 됐다”고 말했다.
100만 부 넘게 팔린 ‘무지개 원리’를 비롯해 ‘행복선언’ ‘희망의 귀환’ 등을 펴낸 ‘희망 전령사’의 목소리는 무겁고 단호했다.
“그렇다. 언어가 문제를 만들었으니 그 해결의 실마리도 언어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스트리아 유학 중 공동체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할 때였다. 지도교수가 글을 쭉 훑어보더니, 내용이 좋다고 칭찬한 뒤 왜 전쟁용어를 그렇게 많이 썼냐고 묻더라. 깜짝 놀라 다시 내 글을 봤다. 투쟁, 쟁취, 점령…. 평화의 언어는 없고 전쟁의 언어가 너무 많았다.”
―당시 사제 신분 아니었나.(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차 신부는 1991년 사제품을 받은 뒤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사목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래서 더 부끄러웠다. 명색이 신부인데 그런 표현을 당연하게 쓰고 있었다. 사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이런 표현들을 이상하지 않게 여긴다. 그때 충격으로 평화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미국 마셜 로젠버그 박사의 ‘비폭력대화’를 보면 전쟁의 언어는 자칼의 언어, 평화의 언어는 ‘기린 언어’로 불린다. 기린이 목이 길고 심장이 커서 포용하고 감싸는 범위가 넓다는 의미다.”
―언어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나.
―가톨릭 일부 사제는 대통령을 심판한다는 표현까지 하는데….
“정의를 말하는 것까지는 그분들의 책임이다. 그러나 정의를 말하면서 증오의 언어를 쓰면 그것은 정의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한다. 정의를 말하기 전 판단의 과정을 거치는데, 여기에는 무엇보다 ‘두려운 성찰’이 필요하다. 내가 학문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정의를 말하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가’ ‘진실에 접근하기란 얼마나 힘든가’를 자주 생각한다.”
―심지어 대통령을 어둠의 세력으로 부르는 이들도 있다.
“예수님의 말씀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 예수님은 심판하지 말라고 하셨다. 인간이 인간에 대해 가진 정보는 어느 경우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 속을 어떻게 알겠나. 그래서 심판은 완전한 정보를 지닌 하느님의 것이다. 바로 정의의 이름으로 남을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6일 대통령 첫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지난 1년을 어떻게 생각하나.
“불행조차 희망으로 보는 긍정적 관점이 배어 있어 그런지 모르지만 소모적인 한 해로 보고 싶지는 않다. 정부든 개인이든 모두 부족한 점을 확인하고, 공부 많이 한 소득이 있지 않았나.”
―기자회견에서 보인 대통령의 언어와 소통법은 어떻게 생각하나.
“오랜 훈련으로 품격이 있는 편이고, 평화의 언어에 가깝지만 소통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타협이 소통은 아니라는 말엔 개인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소통의 출발은 경청이고, 내가 다른 이유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지만 너의 입장은 이해한다는 것이 사람들의 가슴속에 전달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아쉽다.”
차 신부는 대통령이 업무가 끝난 후에도 관저에서 보고서를 검토한다는 얘기에 대해 “보고서만으로 세상을 파악하는 것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며 “경제는 잘 모르지만 대통령이 중점을 둔 경제혁신이 혜택이 사회적 약자에게 골고루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직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절망에는 희망이 정답이다. 이제는 대통령이, 국가가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희망이라는 답을 줘야 한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