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불발땐 임시이사 전환”종전 재단추천이사, 이사회 개최 거부… 당선자 홍덕률교수 취임 못해올 예산안-국고지원 등도 차질 빚어… 학생들 “총장 명의 졸업장 받아야”
재단이사회 내분으로 총장 당선자가 취임하지 못해 총장 집무실이 비어 있는 대구대 본부. 교육부는 이사회가 20일까지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임시이사체제로 전환시킬 예정이다. 대구대 제공
대구대가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고도 취임하지 못하는 사태가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방학 중에도 도서관에서 취업준비 등을 하는 학생들은 9일 “이사회가 대학 발전은커녕 걸림돌이 되는 현실이 한심하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더욱 걱정하는 분위기다. 다음 달 말 졸업하는 한 중국 출신 유학생은 “총장직무 대행 직인이 찍힌 졸업장을 갖고 귀국하면 ‘그 대학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총장 이름으로 된 졸업장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대에는 21개국 500여 명의 유학생이 있다.
이사회 파행이 이어지자 결국 교육부가 나섰다. 빨리 정상화하지 않으면 임시이사로 전환시킨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교육부는 대구대 재단에 보낸 공문에서 “이달 20일까지 이사회를 정상적으로 열어 총장 승인 건과 결원 이사 추천을 하지 않으면 사립학교법에 따라 현재 이사 5명을 해임할 예정임을 계고(강제집행 경고)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 관계자는 “그동안 수차례 이사회 정상화를 촉구했는데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임시(관선)이사제로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20일까지 이사회가 총장 승인 등을 이행하지 않으면 교육부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임시이사를 선정하게 된다. 대구대는 학내 분규로 1994년 임시이사체제를 이어오다 2012년에 벗어났다. 그러나 새로 구성된 이사회는 1994년 이전의 재단이 추천한 이사와 대학 측이 추천한 이사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사회 파행으로 대구대는 총장 승인뿐 아니라 올해 예산안, 국고지원 사업 등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임시이사체제라도 총장을 승인해 정상적인 신학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학내 분위기가 많다. 본부의 한 보직교수는 “재단과 교직원이 한마음으로 학교 발전에 전력을 쏟아도 부족한 마당에 이사들의 싸움으로 대학이 흔들리는 것은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