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화진흥원 지방서점 실태조사 동행 취재
1955년 문을 연 뒤 60년 가까이 이어온 경남 창원시 학문당의 권화현 대표가 부친이 서점을 열 당시의 사진(왼쪽)을 보며 서점의 역사를 떠올렸다. 서점은 지금 경영난으로 폐점 위기에 처해 있다. 창원=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6일 경남 창원시 학문당 서점에서 만난 권화현 대표(58)는 이렇게 말했다. 1955년 문을 연 학문당은 권 대표가 부친 고 권재덕 전 대표에 이어 2대째 운영하고 있다. 매장 면적 330m² 이상 규모인 전국 서점 중 가장 오래된 서점이다.
하지만 권 대표는 아들에게 서점을 물려줄 계획이 없다. 서점 운영으로는 생계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옛 마산시 중심가였던 창동에 자리 잡은 학문당은 한때 지역 명소였다. 대형 서점도, 인터넷 서점도 없던 1990년대 중반엔 하루 매출이 많을 땐 10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에 70만 원을 겨우 채운다. 한 달 적자만 600만∼700만 원이다.
1988년 개점한 부산의 남포문고도 10년 전 하루 1600만∼17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지금은 하루 800만∼900만 원으로 줄었다. 직원 수도 40명에서 17명으로 줄었다.
6일 오후 남포문고 매장 2층엔 손님이 10명도 채 안 됐다. 매장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여기 와선 인터넷 서점에서 살 책 내용을 확인만 한다. 인터넷으로 사면 훨씬 싼데 여기서 살 이유가 없다”고 했다.
부산 최대 도매서점인 한성서적에서는 지역 서점의 어려움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1970년 문을 연 한성서적은 부산, 울산, 경남 김해시의 크고 작은 서점에 책을 공급한다. 지방 도매상 중 가장 오래된 서점이다. 이곳도 5년 전에 비하면 매출액이 30%가량 줄었다. 직원은 40명에서 25명이 됐다. 한성서적이 공급하는 부산 소매 서점도 10년 전 250곳에서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지방 서점의 붕괴는 인터넷 서점의 매출 확장과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기업체가 운영하는 서점의 지점 개설 때문이라는 것이 서점 대표들의 자체 진단이다. 지방 서점 대표들은 인터넷 서점이 무차별적으로 책을 할인해 팔 수 없도록 도서정가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 출판사들이 책을 공급해 주지 않아 책이 없어 고객의 발길이 끊기는 악순환의 문제도 지적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서점 수는 2003년 3589곳에서 2011년에는 2577곳으로 29%가 줄었다.
창원=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