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세상을 바꿉니다/동아일보-채널A 공동 연중기획]<3>가정에서… 학교에서… 나쁜말에 포위된 아이들중2 A군의 하루 들여다보니
늦잠을 잤다. 엄마의 날선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다. 어제 밤늦게까지 친구와 휴대전화 메신저로 수다를 떤 탓이다. ‘어차피 지각인걸 뭐’ 하는 생각에 몸은 이불 속을 파고든다. “너 때문에 못 산다, 못 살아. 안 일어나?” 이불을 엄마에게 통째로 뺏긴 뒤에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방 꼴이 이게 뭐냐? 돼지우리도 여기보다는 낫겠다.” 식전 댓바람부터 한소리 지대로(제대로) 들었더니 짜증이 작렬이다.
미국 피츠버그대와 미시간대 연구진이 13, 14세 자녀를 둔 가정 976곳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자녀에게 가혹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한 부모가 엄마는 45%, 아빠는 42%에 달했다. 장경희 한양대 교수(국어교육)의 ‘청소년 언어실태 언어의식 전국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부모의 언어폭력 등으로 인한 가정 내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비속어 사용 빈도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준홍 연구원의 ‘청소년의 민주시민 역량과 언어 환경이 욕설 행동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거짓말이나 속임수로 공공생활에서 호혜 규범을 위반하는 사람일수록 욕설의 정도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타인에 대한 신뢰수준이 높을수록 욕설의 정도는 줄었다.
양명희 동덕여대 교수(국문학)의 ‘학교생활에서의 욕설 사용 실태 및 순화대책’ 연구에 따르면 교사를 지칭할 때 ‘이름이나 과목명’을 부르는 학생이 27.7%에 달했다. ‘별명’을 부르는 경우는 15%, ‘그놈, 그 자식, 그 새끼’ 같은 욕설을 쓰는 경우가 13.1%, ‘걔’라고 하는 경우도 12.2%였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비율은 18.6%. 지난해 한국교총의 자체 조사에선 조사대상의 절반이 넘는 교사(57%)가 “학생들의 욕설과 비속어를 매일 듣는다”고 답했다.
조한익 한양대 교수(교육학)는 “교사나 부모의 협박이나 비난 같은 부정적 의사소통 방식은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인 독려나 성적 향상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지적한다. 그는 “변화되었을 때의 좋은 점이 아닌 잘못을 지적하는 방식은 오히려 반항심만 키우고 의사소통의 단절을 불러온다”고 경고한다.
양명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욕 습득 경로는 친구(47.7%)가 가장 많았지만, 그 다음이 인터넷(26.4%)이었다. 영화(10.2%), 형제(4.4%), 텔레비전(4.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이 영화나 텔레비전을 제치고 욕을 접하는 주요 경로로 부상했다.
한국과 독일의 청소년 영화를 2편씩 분석한 강명희 경기대 교수(독문학)의 ‘한국과 독일의 청소년 언어에 나타나는 폭력성: 청소년 영화에 나타나는 대화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한국 영화는 폭력적 표현이 368회, 독일 영화는 165회 등장해 한국 영화가 독일 영화보다 2배 이상으로 폭력적 표현이 많았다. 유형별로도 욕설(191 대 38), 위협(30 대 16), 성적 표현(43 대 21) 등 전반에 걸쳐 한국영화의 표현이 훨씬 거칠었다.
오! 저 배우 멋진데? 오늘 밤엔 친구들과 카카오톡 단톡(단체대화)방에서 저 배우의 대사를 한번 써먹어 볼까?
우정렬 passion@donga.com·신진우 기자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 사연 받습니다>
연중기획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에 소개할 다양한 사연을 받습니다. 나쁜 말로 인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문제들, 나쁜 말을 없애기 위한 노력, 좋은 말을 쓰는 가정이나 학교, 좋은 말을 쓰면서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 등 어떤 소재라도 좋습니다. foryou@donga.com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