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석 세계커뮤니케이션학회 고문 단국대 명예교수
야당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을 키우며 대선 불복까지 선언했다. 의사들은 원격의료와 병원 자회사의 영리사업 허용에 반대하며 파업까지 선언했다. 통상임금 개편과 관련해 노사 갈등과 춘계투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증오와 저주의 대립만 보인다. 논리나 설득은 없고 무작정 “너는 싫다”는 식의 극단적 반응뿐이다. 사회 분열을 막으려면 새로운 소통 방식을 교육해야 한다.
한국의 유별난 ‘상극정치’를 해소하려는 시도가 과거에도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았다면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 기법이 몸에 밴 국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지 못했기에 타협과 화합의 정치가 쉽사리 이뤄지지 않았다.
필자는 미국 대학에서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했다. 중고교의 수업을 참관할 때였다. 미국 교사는 주입식 교육을 하지 않았다. 학생들을 몇 개의 팀으로 나누어 미리 읽어온 주제에 관해 요점을 찾아 토론을 진행하도록 지도했다. 토론식 수업인 셈이다.
학생들은 “요점이 무엇인가?(What's your point?)”라든가, “문제의 핵심으로 가자(Let's get to the point)”라고 곧잘 말한다. 화자는 자신의 말을 논증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수량화한다. 사실에 입각한 증거가 필요하며 증명과 무관한 감정적 대응은 논쟁에서 허용될 수 없음을 어려서부터 체득한다.
자기 의사를 논리정연하게 분석적으로 개진하면서 사람중심(people-oriented)이 아닌 문제중심(task-oriented)으로 해결책을 찾도록 훈련받기에 화자를 주제에서 분리하는 데 익숙하다. 따라서 상대방 생각이 나와 달라도 그의 인격과 의견을 존중하고 격론 후에도 앙금 없는 인간관계를 유지한다. 이처럼 남을 배려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품격 있는 일류 선진국으로 가는 기틀이다.
박명석 세계커뮤니케이션학회 고문 단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