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기만 하는 두 딸, 제발 공부 좀 했으면 백수생활 1년… 인턴자리라도 없을까요 2년 만난 남친과 올해는 꼭 면사포 썼으면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자식만 행복하다면야…”
―아들 녀석이 내년이면 33세다. 그런데도 결혼하겠다는 얘기가 없어 걱정이 크다. 아들이 늦지 않게 결혼해 손자 손녀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야 근심을 덜 수 있을 텐데….(주부·59)
―둘째 아들이 비정규직과 임시직을 떠돌고 있다. 벌써 24세인데 걱정이 크다. 녀석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게 된다면 엄마로서 큰 시름을 놓을 것 같다. 결혼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주부·51)
―두 딸이 올해 중학교 1, 3학년이 되는데 공부를 안 해 걱정이 크다. 명문대에 갔으면 좋겠는데…. 내가 억지로 공부를 강요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 학업 운이 어떤지 알고 싶다.(주부·39)
“일하고 싶습니다!”
―대학원까지 졸업했지만 취업에 실패했다. 부모님이 너무 실망하셔서 죄송하다. 원하는 기업에 입사할 수 있을지 알아보려고 왔다. 사주상으로는 취업 운이 좋다던데,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취업준비생·27·남)
―지방대를 졸업하고 서울의 명문대 학사편입을 노렸지만 계속 실패해 취업으로 방향을 돌렸다. 학점, 토익점수 모두 낮아 대기업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나를 필요로 하는, 내가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일하고 싶다.(취업준비생·28·남)
―점이라도 보면 답답한 마음이 풀릴까. 힘들게 경쟁해서 대학에 들어왔는데, 학점 경쟁에 이어 취업 경쟁이다. 대기업 들어가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어른 세대는 우리보다 쉽게 취직했다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까. 답답하고 화난다.(대학생·26·남)
―대학 졸업하고 1년간 ‘백수’로 지냈다.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을 하고 싶었지만 취업 문이 너무 좁았다. 인턴 자리도 얻기가 어려웠다. 공기업 인턴 기회를 꼭 얻고 싶다. 취업 운이 뒷받침해줬으면 좋겠는데….(취업준비생·25·여)
“뭐니뭐니해도 건강”
―아이가 피부병으로 입원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아이가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해 줄 수 없어 정말 미안하다. 이름 점을 봤는데 피부병에서 벗어나지 못할 이름이라는 말에 아이의 개명도 고려하고 있다. 아이가 다시 건강해져 함께 집에서 웃으며 지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주부·37)
―친구 2명이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많이 슬프고 힘들었다. 50대인데…. 갑자기 암이나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남편과 아이들 걱정하느라 잠을 못 자겠더라. 아이들이 결혼해서 손자 손녀를 낳을 때까지는 살았으면 좋겠다.(주부·55)
―남편이 지난해 여름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다. 올해엔 남편이 큰일 없이 잘 지낼지 궁금하다. 남편과 노력해서 얼른 첫아이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큰 사고를 경험하니 ‘아무 일 없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회사원·29·여)
“오래 간직해왔던 꿈 이루고 싶다”
―엄마가 일찍 아버지를 잃고 우리를 키우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 못 배운 한이 크셨다. 얼마 전 엄마가 중졸 검정고시 준비를 시작하셨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50년 만에 다시 시작한 공부. 엄마가 중졸에 이어 고졸 검정고시까지 준비하면서 오랜 공부의 꿈을 이루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회사원·36·남)
―작가로 성공하고 싶다. ‘문학’으로 밥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고들 말하지만, 그런 문학이 나는 좋다. 올해에는 신춘문예와 문학상 공모전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면 좋겠다. 학비를 지원해주는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꼭 수상하고 싶다. 나의 문학적 재능을 확인할 만한 계기가 생기기를 바라고 있다. 상금이 있다면 금상첨화.(대학원생·28·남)
―나나 남편이나 돈 때문에 포기한 게 너무 많았다. 둘 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일만 했다. 20년이 훌쩍 지나갔다. 그런데 나아지는 게 없다.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상황을 대물림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 힘들다. 아이들은 우리와 다른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주부·53)
“사랑이 이뤄지기를…”
―여자친구와 만난 지 이제 막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 만나면서 서로 힘들고 아쉬운 것도 많았는데 내년에도 서로 잘 지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궁합이 궁금해 함께 점집을 찾았다. 내년 이맘때도 헤어지지 않고 둘이 함께 있었으면 한다.(대학생·25·남)
―딸이 남자를 만나고 있다. 딸 나이가 서른에 가까워져서 결혼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2년 가까이 잘 만나고 있는데 사랑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딸과 남자의 궁합이 궁금해서 왔다.(주부·55)
―올해 소망은 결혼하는 것이다. 여자친구와 함께 애정과 사업 운을 보러 왔다. 작은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장사가 잘 안 됐다. 올해에는 사업이 잘돼 결혼자금이 착착 쌓였으면 좋겠다.(자영업자·36·남)
―10대도 애정 운을 보러 온다. 애인이 언제 생기나 물어보러 와서 내가 혼자 웃었던 적이 있다. 20대들은 언제 결혼할지를 제일 궁금해한다. 특히 20대 중반 여성들은 결혼하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그만둬야 하는지를 많이 묻는다.(역술인·46·여)
“돈 많이 벌게 해 주세요”
―지난해 돈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올해는 사업에 성공해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다. 사업 운이 궁금해 왔다.(자영업자·48·남)
―대기업을 관두고 친구와 창업을 준비 중이다. 성공할 자신은 있지만 불안한 것 또한 사실이다. 나와 내 친구에게 사업 운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찾아왔다. 30대 초반이라 실패해도 만회할 시간은 있지만 곧바로 성공하는 게 제일 좋지 않겠나.(창업 준비 중·33)
―올해는 남편이 돈을 좀 벌 수 있을까 해서 운수를 보러 왔다. 집을 사느라 빚을 졌는데 남편이 돈을 잘 벌어서 대출을 시원하게 갚았으면 좋겠다. 돈 많이 벌어서 애들 학원비도 걱정 없이 대고 싶다.(주부·52)
―지난해 직장 상사와의 트러블로 회사에서 근무지를 이동해야 했다. 새로운 근무지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다. 회사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변했다.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다. 이직을 해도 되는지 궁금해서 이렇게 왔다.(회사원·34·남)
―형과 동생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괴롭다. 예전엔 사이가 정말 좋았었는데…. 돈 문제가 빨리 해결돼 예전처럼 잘 지내고 싶다. 구상하는 사업이 잘돼 형제들에게 떳떳한 형, 동생이 되고 싶다. 아이들, 아내에게도 떳떳한 아빠와 남편이 되고 싶다.(사업가·55·남)
역술인들 “좋은 점괘 나올 때까지 추궁당해”
―며칠 전에 믿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18억 원을 떼인 남자가 점을 보러 왔다. 좋은 점괘가 나올 때까지 꼬치꼬치 묻는 게, 점을 통해서라도 위안을 얻고 싶은 것 같았다. 너무 운에 의지하지 말고 노력으로 운을 뛰어넘으라고 해줬다. 점은 인생의 일기예보다. 점괘는 틀릴 수도 있다. 운수가 좋다고 자만하거나 운수가 좋지 않다고 절망할 일은 아니다. 운수의 파도를 타는 건 본인의 노력에 달렸다.(역술인·46·여)
―탤런트나 코미디언, 음악인이 되고 싶다는 젊은 남자의 사주가 정반대로 나왔다. 교사와 같은 직업이 어울린다는 운세가 나오더라. 그 남자가 30분이나 점괘가 맞느냐고 추궁했다. 뜻대로 안 나오는 점괘에 점쟁이를 닦달하는 손님이 꽤 있다.(역술인·56·여)
―요즘엔 사람들이 점을 보러 잘 안 온다. 우리도 죽겠다. 역술인 모임 회비, 자릿세, 전기세 다 내려면 유지비가 월 60만∼70만 원 정도다. 그런데 유지비도 안 나올 때가 있다. 마음을 비우고 산다. 안 비우면 이 일 못한다. 경기가 풀려서 점 보러 오는 사람이 늘어 우리도 어깨를 폈으면 좋겠다.(역술인·59·남)
―경기가 안 좋으니 3000원 내고 전체 운세를 봐 달라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가족 전체의 운세를 봐 달라는 20대 여자도 있었다. 이 돈으로는 애정이나 사업 등 한 가지만 봐 준다. 형편이 어려워서 그러겠거니 생각하지만 씁쓸하다.(역술인·53·여)
정리=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