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EU국경 완전개방… 루마니아 등서 대거 이주 우려출산제한등 차별 정책도 등장
1월 1일부터 EU 회원국 중 최빈국인 루마니아, 불가리아 이주민들에게도 EU 국경과 노동시장이 완전 개방된 것이 공포감 확산의 계기였다. 당초 서유럽 부자 나라들은 두 나라의 가난한 이주민들이 대거 흘러들어와 자국민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사회복지 재정을 가로챌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정작 불만의 시선은 로마에게로 쏠리고 있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2007년 EU에 가입해 유럽 어느 나라에나 옮겨가고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 9개국이 국내 노동시장 안정을 이유로 7년간 이주민 수용을 미뤄왔다.
독일 일간 디벨트에 따르면 독일로 이주한 두 나라 이민자들의 81.4%가 직업을 갖고 있으며 사회보험에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중 46%는 정규직이고 20%는 고소득층으로 분석됐다. 두 나라 이민자는 서유럽 국가의 기둥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유랑 생활을 하는 로마에 대해서는 차별과 협박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심화가 이런 현상을 더 부추겼다. 시사주간 슈피겔은 7일 “올해 1월 1일 EU 국경 완전 개방 이후 갑자기 (서유럽이) 분노하는 것은 로마들까지 대거 몰려올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헝가리 집권당은 로마의 ‘출산 제한’ 정책을 내놓았고 다른 국가의 대도시에서는 시위 군중이 “집시들을 가스실로”라는 극단적인 구호를 외쳤다. 이탈리아 제노바의 부시장은 “구걸과 범죄를 저지르는 로마는 자연재해와 같다. 쓸모없고 귀찮은 해파리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소수인종으로 불리는 로마는 총 1200만 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그중 190만 명이 루마니아에, 75만 명이 불가리아에 살고 있다. 2011년 EU집행위원회가 8만 명의 로마를 조사한 결과 3분의 1이 실업 상태이며 20%는 의료보험이 없고 90%는 빈곤층 이하 수준으로 살고 있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