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스포츠동아DB
왜 이 시점이었나?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8일 깜짝 선언을 했다. 그는 “대표팀 감독이 된 후 아직 박지성을 만나본 적이 없다.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대표팀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박지성 생각을 전해 들었다. 대표팀 감독 입장에서 박지성을 만나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고 밝혔다. 홍 감독 발언에 대한 반응은 엄청났다. 2011년 아시안 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박지성(33·PSV아인트호벤)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9일 거스 히딩크 감독의 문병을 마친 뒤 “(박지성을 만나겠다는 생각이) 즉흥적인 게 아니었다. 처음 대표팀을 맡을 때부터 가졌던 마음이다. (월드컵까지) 6개월 남은 시점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박지성이 한국축구에 많은 공헌을 했고,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어 은퇴 여부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홍 감독이 왜 이 때를 적기라고 생각했느냐다. 평소 치밀한 홍 감독 스타일다운 결정이었다.
더 큰 이유는 홍 감독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팀’을 위해서다.
3월 열리는 그리스와 평가전은 중요하다. 1월 브라질-미국 전훈을 통해 가려진 정예 국내파가 나서고 유럽파도 총출동한다. 사실상 월드컵 최종 엔트리라 봐도 무방하다. 만에 하나 그리스와 경기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베테랑의 부재가 느껴질 경우 박지성 대표팀 복귀론이 또 불거질 게 뻔하다.
이 상황에서 홍 감독이 박지성을 만나겠다고 하면? 팀에 문제가 있으니 박지성에게 해결해달라고 손을 내미는 모습 밖에 안 된다. 만일 박지성이 홍 감독에게 복귀 의사가 없다고 한다면 대표팀은 베테랑 부재라는 큰 숙제를 안은 채 월드컵 본선을 대비해야 한다. 대표팀이 입는 손해는 클 수밖에 없다.
결국 홍 감독은 박지성을 위해 그리고 더 중요한 ‘팀’을 위해 1월 초 브라질-미국 전지훈련 떠나기 전 바로 이 타이밍을 택한 것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