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 발, 뒤로 한 발
분홍빛 날개도 살랑살랑
아름다운 귀부인의 자태인 듯하지만,
지구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새 ‘홍학(Flamingo)’의 몸짓이다.
150만 마리 홍학들의 낙원인 아프리카 케냐 나쿠루(Nakuru) 국립공원.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홍학 수천 마리가 함께 날아오른다.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영화의 한 장면이다.
인기척에 놀란 듯 주변을 살펴보며 분홍색 깃털을 하늘로 치켜세운다.
아름다운 귀부인의 자태를 유지하며 홍학 무리들이
질서 정연하게 아름다운 비행을 나섰다.
푸른색을 띤 나쿠루 호수는 금방 분홍색 물감으로 짙게 물들여졌다.
새 희망의 시작을 알리는 홍학들의 화려한 비행에서
우리 모두 잔뜩 웅크렸던 어깨를 활짝 펼쳐보자.
케냐 나쿠루 국립공원에서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