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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뉴스]당신의 ‘버킷 리스트’엔 ‘현명한 상속’ 있나요

입력 | 2014-01-13 03:00:00

[경제는 내 친구]




재무 준비 없이 ‘웰다잉’ 없다 (주간동아 2013년 12월 2일 915호)

Q. 최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법무부는 상속법 개정을 추진하고 하는데요. 우리나라 상속법은 어떻게 변화돼 왔고, 법 개정이 확정되면 부모와 자녀의 유산 배분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궁금합니다. 상속과 관련해 꼭 알아둬야 할 것들을 설명해주세요.

잭 니컬슨(왼쪽)과 모건 프리먼이 출연한 영화 ‘버킷 리스트’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두 남자의 마지막 여행기를 그렸다. 두 남자는 문신하기, 스카이다이빙, 카레이싱,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등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버킷 리스트)을 실천하며 생의 마지막 순간을 즐겼다. 전문가들은 홀로 남겨질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일도 버킷 리스트에 넣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아일보DB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세상을 떠나는 순간 그의 눈은 감겼지만 가슴은 열려 있었을 것.”

영화 ‘버킷 리스트’의 마지막 대사입니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라는 부제를 단 이 영화는 죽음을 앞둔 억만장자와 가난한 흑인 남성이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실천하면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잔잔한 감동을 남긴 이 영화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영화 속 두 주인공이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면서 빼먹은 게 무엇일까요. 홀로 남겨질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소중한 경제적 유산을 물려주는 일이 아니었을까요.

우리는 주변에서 아내가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가 자식이 상속 요구를 하면서 더 충격을 받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온 아내에게 남겨진 것은 남편 명의의 3억 원짜리 아파트가 전부지만 4명이나 되는 자식들이 재산 상속을 요구하면서 전세 아파트는 물론이고 생활비를 마련할 길도 없어진다는 그런 이야기들 말입니다.

역사학자 토인비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상속법의 역사는 끊임없이 돌고 돌았습니다. 고대부터 조선 중기까지 상속법은 지금과 비슷하게 남녀 차별 없이 배분받았습니다. 여성의 재산권도 안정적으로 보장됐습니다. 조선시대 기본법전인 ‘경국대전’에도 “아들과 딸에게 재산을 균등히 나누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런 전통이 조선 후기 들어 제사와 대를 잇는 장자가 중요해지며 장자 상속으로 변하게 됩니다.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에서 장자 상속에 대한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차남이었던 흥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장남인 놀부에게서 알거지로 쫓겨나게 됩니다. 놀부가 밉기는 해도 장자 상속 논리로는 비난받을 입장이 아니었던 거죠.

이러한 전통은 광복 이후에도 지속되다 1960년 이후 4차례의 법 개정을 통해 지금과 같은 남녀 균등 배분의 원칙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1990년 이후 24년 만인 지금 상속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 상속법 개정 원인? 배우자 상속 비중 변화는?

상속법 개정의 가장 큰 원인은 한국사회가 늙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퇴 이후의 삶이 길어지며 홀로 남은 배우자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부부가 함께 사는 가구의 평균 빈곤율은 14.8%였습니다. 하지만 배우자와 사별한 가구의 빈곤율은 47.3%로 훨씬 높았습니다. 홀로 남겨진 노인은 사별로 인한 충격에다 경제적 어려움까지 가중되는 거죠.

부모 부양에 대한 가치관도 크게 변했습니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은 1998년 89.9%에서 2010년 36.6%로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노후에 자녀와 같이 살고 싶다’는 부모들도 2002년 53.0%에서 2011년 29.0%로 줄었습니다.

상속법 개정이 확정되면 배우자가 상속받는 재산은 어떻게 변할까요? 현행법상 배우자와 자녀의 상속재산 비율은 1.5 대 1입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확정되면 배우자가 우선 50%를 받고 나머지 50%를 기존 방식대로 나누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2명인 집안에서 남편이 사망하면서 10억 원의 재산을 남겼다고 합시다. 현행 상속법으로는 홀로 남겨진 부인이 4억2900만 원을, 자녀들이 5억7100만 원을 상속 받습니다. 자녀 1인당 상속받는 재산은 약 2억8600만 원인 거죠.

하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배우자가 지금보다 3억 원 가량 늘어난 7억1400만 원을 상속받게 됩니다. 반면 자녀들은 1인당 1억4000만 원 이상 줄어든 약 1억4300만 원을 받습니다.

● ‘간 큰 가족’의 상속…유류분(遺留分)이란

이쯤에서 상속에 관해 살펴봐야 할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2005년 개봉한 코믹영화 ‘간 큰 가족’을 봅시다. 영화 속에서 가족들은 실향민인 아버지가 “통일이 됐을 때만 상속을 받을 수 있다”는 유언을 남기자 황당 사기극을 벌이게 됩니다. 가족들은 통일이 됐다는 가짜 방송뉴스를 만들고 평양교예단의 서울 공연을 꾸미지만 결국 들통 나고 맙니다.

이성룡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50억 원의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가족들은 이런 사기극을 벌여야 했을까요? 법에서는 상속인을 위해 상속 재산의 일정 부분을 유보해 유류분으로 보장합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가족들은 25억 원, 즉 절반의 유산만 상속받을 수 있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아버지는 “통일이 됐다고 속은 며칠만큼 행복한 적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 영화는 아버지의 소원을 사수하기 위한 가족들의 거짓말을 통해 결국 ‘가족애의 회복’이라는 이야기를 전하려고 했던 거죠. 상속법 개정을 앞두고 유산보다 가족애를 강조한 이 영화의 메시지가 새삼 와 닿습니다.

이성룡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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