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환자 年12%씩 증가세

하지만 대낮처럼 밝은 밤이 앗아간 것이 있다. 바로 잠이다. 해 뜨면 일어나고 해 지면 바로 잠드는 시절이 지나간 지 오래다. 잠들어야 할 때 잠들지 못하는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 수면장애 80여 종, 매년 11.9%씩 환자 증가
정 교수의 설명처럼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환자가 크게 느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5년(2008∼2012년)간 수면장애 환자 진료통계에 따르면 2008년 22만7907명이던 환자 수는 4년 만에 35만7112명까지 증가했다. 연평균 11.9%의 가파른 증가세다. 이는 진료비 상승으로 연결된다. 총 진료비는 2008년 194억9300만 원에서 약 1.8배 늘어난 352억9800만 원까지 올랐다. 사회 전체의 부담이 커졌다.
○ 방치하면 우울증, 기억력 감퇴까지 유발
수면장애 중 가장 환자가 많은 유형은 ‘불면증’이다. 환자가 단순히 잠에 못 드는 것뿐만 아니라 자주 깨거나, 새벽에 일찍 깨서 잠이 오지 않거나,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은 증상 모두를 포함한다.
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건 일상생활의 스트레스. 쉬운 말로 열을 받거나, 걱정으로 잠이 안 오는 경우다. 관절염, 치통 등 통증으로 인한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알코올 의존증도 불면증의 주된 요인으로 분류된다.
정 교수는 “특히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이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 특유의 민감성, 호르몬 변화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방치하다가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서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비만 및 아데노이드 비대증(코 뒤쪽과 목 사이에 있는 편도가 붓는 병) 환자가 늘면서 수면무호흡증은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며 “심한 경우 기억력 감퇴, 만성두통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수면장애 극복
수면장애 치료는 증상과 원인에 따라 다양하게 이뤄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활습관 개선이다. 적절한 운동과 족욕은 숙면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밤중 과식하는 것도 버려야 할 습관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1시간 이상 낮잠을 자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호르몬 및 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수면질환에는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져드는 ‘기면병’은 각성을 유도하는 하이포크레틴 단백질 부족으로 발생한다. 이 경우엔 모다피닐 같은 정신각성제나 항우울제 등을 처방해 증상을 완화시킨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