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치부 차장
누구는 기자회견의 유일한 성과는 박 대통령이 키우는 진도개 이름(새롬이, 희망이)을 알게 된 것이라고 한다. 1998년 옷로비 의혹 청문회 당시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본명(김봉남)을 알게 된 게 성과였듯 말이다. 또 누구는 그 진도개들만이 요즘 말로 ‘안녕들 하시다’고 비아냥댄다.
그러면서 필자를 포함해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뭇매를 맞았다. 저널리즘은 실종되고 ‘너절리즘’만 남았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첫술에 배부를까’ 자위해보지만 국민을 대신해 치열하게 묻고 따지지 못한 책임을 비켜가긴 힘들 듯싶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평가 잣대가 오로지 진영 논리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 느낌은 씁쓸하다.
지난해 말 김 의원의 중재로 막을 내린 철도노조 파업을 두고도 친박의 심기는 착잡하다. 한 친박 인사는 “병뚜껑을 거의 다 땄는데 (김 의원이) 손을 얹었다”며 불쾌해했다. 김 의원의 중재 전날, 철도노조 측이 공안당국에 ‘파업을 풀면 선처해줄 수 있느냐’고 물밑 접촉을 해왔다니 김 의원이 얄미울 만도 하다.
하지만 대놓고 김 의원에 맞서는 친박은 없다. 김 의원은 여권의 강자다. 국민의 지지율이 말해준다. 당장 친박 가운데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이라도 되는 인물이 있는가. 6월 지방선거에서 몸값을 올리려던 친박들은 하나같이 주춤거린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서다. 오죽하면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느닷없이 서울시장 후보로 권영세 주중대사를 지목했을까. 청와대와 교감이 있는지 궁금해 대통령정무수석실 관계자에게 권 대사의 징발 가능성을 물었다. 그는 “조만간 (서울시장 후보로) 내 이름도 나올 것 같다”며 껄껄댔다.
여권의 주류가 이처럼 존재감이 없던 때도 드물다. 지난해 말 새누리당의 친박 지도부는 박 대통령이 주문한 외국인투자촉진법 처리에 목을 매다 증세 공론화조차 포기한 채 야당에 질질 끌려 다녔다. 김 의원에게 수시로 걷어차이면서 침묵하는 친박들, ‘안녕들 하신지’ 궁금하다.
이재명 정치부 차장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