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수곤 前편수국장이 본 ‘교과서 편수조직 부활 논란’
함수곤 前편수국장
예전 교육부 편수국에서 일했던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1976년 교육연구사로 편수국에 들어가 폐지 2년 전인 1994년까지 오로지 편수업무만을 담당하며 최고책임자인 편수관리관(편수국장)까지 지낸 함수곤 씨(74·사진)를 11일 만나봤다. 그의 ‘외곬 18년’ 편수 경력은 교육부 내에서는 ‘전설’이다.
―편수 기능을 부활할 필요가 있는지.
그는 교육부의 양대 역할은 교육 기능과 관리 기능인데, 교육 기능이 빠져버리니 ‘교육부 폐지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편수 조직을 교육부 밖에 두자는 말도 나온다.
“초중등교육법 29조에 분명히 교과용 도서는 교육부 장관이 검정하도록 되어 있다. 법을 바꾸면 모르겠으나 교과서 검정은 교육부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 교육부 내에 그걸 담당할 조직이 없으니, 지금까지 편법으로 외부 기관에 맡겨온 것이다.”
그도 장기적으로는 교육부 장관 산하의 별도조직을 선호했다. 의도는 다르다. 정권과 이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명분론에서가 아니라 연구와 검정에만 매달릴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역사관을 반영한 교과서가 나오는 걸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정은 나쁘고, 검정은 좋다는 논리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흔히 교육수요자로 학생과 학부모를 꼽는데, 중요한 수요자 중 하나가 국가다.”
―현행 교과서 검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선은 ‘필자 중심’ ‘원고료 중심’으로 ‘단기 집필’한 교과서가 넘쳐나는 게 문제다. 다음은 교과서의 옥석을 가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편수 조직은 수준과 시각이 천차만별인 검정 교과서의 품질을 가리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그는 자신이 편수국장으로 있을 때는 편수관만 54명이었다고 했다. 지금은 4, 5명에 불과하다.
―교과서 검정을 둘러싼 논란에서 교훈을 찾는다면….
함 전 국장은 “더 좋은 교과서를 만드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존 교과서의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연구와 축적이 안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심규선 기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