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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밀린 전기료가 ‘火根’… 세자녀 신불자의 한숨

입력 | 2014-01-13 03:00:00


“월급 날(10일) 밀린 전기료 다 내려고 했는데….”

조모 씨(39·여)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살던 서울 성북구 성북동 지하 전셋집이 8일 오전 2시 40분경 화재로 새카맣게 다 타 버렸기 때문이다. 전날 밤 켜 둔 촛불이 화근이었다. 조 씨는 형편이 어려워 지난해 8월부터 전기료를 내지 못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2월 말 조 씨 집에 장기 체납자를 대상으로 한 ‘단전 유예 조치’를 취했다. 전기 사용량을 시간당 660W로 제한하는 것. 이 때문에 조 씨 집은 7일 저녁부터 전깃불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지하방은 암흑 천지가 됐다. 중학교 2학년인 딸과 초등학교 5, 2학년인 두 아들은 “무섭다”고 보챘다. 불안해하는 아이들을 달래며 조 씨는 거실과 안방에 촛불을 한 개씩 켜 두었다. 그러나 잠자리에 들면서 거실의 촛불을 끄는 걸 잊었고 그곳에서 불이 난 것으로 소방 당국은 추정했다.

당장 머물 곳이 없게 된 조씨는 “집을 수리하는 데만 1000만 원 넘게 든다는데 이 추운 겨울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그는 1년 전 이혼하고 세 자녀를 혼자 키우고 있다. 2, 3년 전 장사를 하다 진 빚 때문에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됐다. 지금은 작은 회사에서 일하며 매월 120만 원 정도 월급을 받지만 빚을 갚고 개인회생 비용을 내야 해 살림을 꾸리기에도 빠듯한 처지다. 애들 아빠도 빚이 있어 양육비를 줄 수 없는 형편이다. 조 씨가 전셋집을 마련할 때 시부모가 전세금을 마련해 준 게 전부였는데 그마저 잿더미가 된 거였다.

조 씨 가족은 친척집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교회 지인들과 직장 동료들이 모금을 하고 있지만 집 수리비를 충당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전은 주택용 전기에 한해 체납 가구를 대상으로 단전 유예 조치를 취하고 있다. 원래 시간당 220W로 제한하는데, 혹한기에는 660W로 사용량을 늘려 준다. 한전 측은 660W면 전등, TV, 냉장고, 전기장판까지 사용할 수 있어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 씨 사례가 보여 주듯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이 전기담요 등 난방용 전기제품에 더 많이 의존하는 점을 고려해 한파 속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씨는 “한겨울만이라도 전류 제한을 풀어 주면 안 되는 건지…. 그랬다면 이 추운 날 온 가족이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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