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바티칸 교황청서 서임식… 옹기 구우며 신앙 지킨 순교자 집안
교황 선출하는 콘클라베 참석 권한
12일 교황청이 한국의 새로운 추기경으로 서임한다고 발표한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공식 서임식은 다음 달 22일 열린다. 동아일보DB
천주교 염수정 서울대교구장(71)이 한국의 새 추기경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 염수정 대주교를 포함해 19명의 새 추기경을 지명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1969년)과 정진석 추기경(2006년)에 이은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이다. 추기경 서임식은 2월 22일 로마의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다. 염 추기경은 80세 미만의 추기경이라 교황 선출권도 갖는다. 정진석 추기경(83)은 교황 선출권이 없다.
염 추기경은 추기경 지명 소식을 듣고 “개인적으로 영광이지만 매우 두렵고 받아들이기 힘든 소명이다. 주어진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고 허 신부가 전했다. 서울대교구는 1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축하식을 열 계획이다.
염 추기경은 옹기장이와 숯쟁이 신앙의 순교자 집안 출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43년 경기 안성에서 5남 3녀 중 여섯째(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18세기 한국 교회 초기 무렵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인 그의 집안은 박해를 피해 충북 진천에서 옹기를 굽는 ‘사기장골’에 살면서 신앙을 지켜냈다. 가톨릭교계에 따르면 염 추기경의 어머니는 임신한 순간부터 “아들이면 사제가, 딸이면 수녀가 되도록 성모님께 바치겠다”고 기도했다.
염 추기경 일가는 한국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3형제 신부를 냈다. 염 추기경에 이어 동생 수완, 수의도 사제가 됐다. 염 추기경이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서울 동성중학교 재학 시절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하다 가톨릭계의 한 잡지에서 소신학교(성신고등학교) 입학 안내문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70년에 가톨릭신학대를 졸업하고 같은 해 12월에 사제가 됐다. 서울 불광동성당과 당산동성당 보좌신부로 사제 생활을 시작했다. 평화방송 이사장,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이사장을 맡았다.
염 추기경은 항상 기도하는 사제로 알려져 있다. 후배 신부들을 만나면 부족한 사람이 주교가 돼 하느님께 송구스럽다면서 늘 기도 속에서 하느님 도우심을 청했다.
“염수정 교구장은 한마디로 준비된 분이다. 신앙을 비롯한 좋은 의미에서 고집이 센 분이다.” 염 추기경의 신학교 동기 최창화 몬시뇰이 평소에 하는 말이다.
중도 보수 성향의 염 추기경은 지난해 11월 명동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가톨릭교회 교리서에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다. 이 임무를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평신도의 소명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정의구현사제단 등의 정치 참여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