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철 교수의 고구려 이야기]<1>왜 지금 고구려인가
《 21세기를 대한민국의 시대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고구려 역사에서 찾을 수 있을까. 고구려사와 해양사 전문가인 윤명철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해양문화연구소장)는 “그렇다”고 말한다. 윤 교수는 고구려를 알면 국가 발전전략을 짤 수 있고, 고구려를 알면 민족의 정신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통일 정책 또한 고구려 역사에 해답이 있다고 한다. ‘왜 고구려인가’에 대한 윤 교수의 생각으로 고구려 이야기 첫 회를 시작한다. 》
고구려 국내성과 별도로 마련된 군사수비성 겸 임시 수도인 환도산성을 멀리서 찍은 모습. 산성하고분군 전체와 환도산성 내부가 보인다. 성벽 방어시설, 궁지, 고분등이 보인다. 윤석하 사진작가 제공
윤명철 교수
고구려 역사를 다시 꺼내는 것은 이런 역사학의 본질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 한민족의 발전 모델로 고구려를 상정하는 것은 충분히 타당한 일이다.
21세기 전반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격동기다. 문명의 내용과 질이 대전환을 하고 있다. 세계 질서도 재편 중이다. 특히 동아시아는 ‘혼돈의 각축장’이다. 일본은 군사비 지출 세계 4위 해군력 2위를 바탕으로 평화헌법 폐지, 집단자위권, 핵무장의 노골화, 주변 국가와의 영토 분쟁 등 여러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은 자국과 미국의 ‘주요 2개국(G2) 시대’를 선언하며 동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려 한다. 일본과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을,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난사(南沙) 군도와 시사(西沙) 군도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어도의 영토 분쟁화도 시도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도 동아시아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군사 정치적으로 중국을 외곽 포위하면서 힘의 축을 동아시아로 이동시키고 있다. 러시아 또한 신동방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선언했다. 북한의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다. 냉전이 끝났다지만 동아시아는 그렇지 않다. 또 다른 형태의 냉전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함마저 느껴진다.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 한민족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구려의 역사를 다시 꺼내야 할 두 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구려의 성공 전략이 곧 오늘날의 미래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고구려는 ‘대안’이다. 어떤 분야에서?
고구려 장군총. 고구려의 사상과 논리 미학의 결정체로 인정받고 있다. 윤명철교수제공
둘째, 경제 영토의 장악과 물류망의 확장이다. 요동 지방은 철, 광산물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경제적 요충지였다. 북만주의 초원과 동만주의 숲은 말, 소와 같은 가축, 나무, 질 좋은 모피 등 고부가가치 상품의 생산지였다. 고구려는 여기에 육로와 해로 교통망을 발전시켜 물류 허브를 구축했다. 대륙과 해양을 망라해 쌍방무역, 다자간 중계무역도 활발했다. 현재의 한반도종단철도(TKR), 중국횡단철도(TCR), 시베리아횡단철도(TSR), 해양길(SEA-LANE)을 연계시킨 것과 동일한 시스템이다.
셋째, 정체성과 자의식이다. 국가와 민족이 발전하려면 자의식은 필수조건이다. 열등감에 빠져 있고, 배타적이고, 능동성이 결여된 국가는 침체하거나 멸망한다. 조선처럼. 고구려는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주변 국가들과 대등한 자세에서 관계를 맺었다. 창조적으로 사고했다.
넷째, 세계관이다. 고구려를 알면 좁은 ‘반도사관’을 벗어날 수 있다. 거시적인 사유, 범공간적인 행동 방식, 국제질서 등 더 큰 범주에서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다. 우리 역사는 바다에 포위된 수동적 역사가 아니다. 만주 일대와 해양을 아우른 고구려가 그것을 증명한다.
다섯째, 통일의 문제이다. 최초의 조선인 고조선, 즉 ‘원조선’의 후손임을 표방하며 건국된 고구려에 통일은 그 자체가 명분이었고, 국시였다. 따라서 민족 통일의 명분과 역사적 정당성, 추진 방식과 전략을 배울 수 있다. 정치체제나 국토를 통합하고 분단 체제를 극복하자며 근시안적으로 통일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역사의 통일, 세계관의 통일, 문화의 통일, 정치의 통일, 영역의 통일이어야 한다.
윤명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