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노바티스 ‘글리벡’과 기스트 치료
최근 국내 의학자가 기스트 환자에게 글리벡으로 치료한 뒤 내성이 생겨 다른 약으로 전환했지만 또 내성이 생겨 더이상 치료약이 없는 상태에서 글리벡을 다시 투약해도 효과가 있다는 논문(라이트 스터디)을 해외에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강윤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다. 그는 국내 기스트 권위자로 손꼽힌다. 최근 그를 만나 이번 연구 성과와 의미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다. 현재 강 교수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 회장직과 대한위장관기질종양(GIST)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매년 한국 기스트 환우회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다.
―기스트 환자들의 증상은 무엇인가.
“특별한 증상이 없다. 이 때문에 기스트 환자는 병을 늦게 발견한다. 배 안에서만 혹이 커지다 보니, 굉장히 커졌을 때도 ‘내가 살이 쪘나. 배가 나왔네’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장벽에 혹이 생기다가 터져 출혈이 생기거나 혈변을 본 뒤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다행히 요즘은 건강검진을 많이 하기 때문에 초음파 혹은 내시경을 통해 비교적 일찍 발견한다.”
―이번 라이트 연구(Right study)의 내용과 의의는 무엇인가.
“이번 연구결과는 1, 2차 항암제 치료에 모두 실패한 환자들, 즉 결국엔 쓸 항암제가 없는 환자 8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글리벡을 재투여하거나 위약을 투여한 결과 글리벡을 재사용한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이 1.8개월로 위약을 쓴 환자의 경우 0.9개월보다 길었다. 이는 의미 있는 수치다. 무진행생존기간은 암이 더이상 커지지 않고 줄거나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의 생존기간이다. 3년이 지난 현재에도 아직 10∼20명이 생존해 있다. 문제는 글리벡이 1차 치료엔 보험혜택을 받지만 나중에 쓸 약이 없어 다시 사용할 때는 보험혜택이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1차 치료제로만 허가받은 글리벡을 재처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이번 연구결과로 인해 글리벡을 재사용해도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의사가 환자를 살리기 위해 더이상 불법행위를 안 해도 된다는 말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질환에 대한 약을 보험 허가해주면 의사의 재량에 따라서 얼마든지 쓸 수 있다. 가령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글리벡을 재투약해도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글리벡을 기스트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허가하는 것이 아니라 1차 치료제로 허가한다. 나중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2, 3차 치료제로 허가가 안 났기 때문에 재사용은 불가능한 셈이다. 장기적으로는 일본과 미국처럼 암 환자의 경우 의사 재량에 맡기는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
―향후 기스트 치료의 전망은….
“기스트에 약이 처음엔 듣다가 결국 안 듣는 주된 원인은 약이 작용하는 부위에 돌연변이가 생겨 더이상 약이 안 듣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전의 암세포 분열증식을 차단할 수 있는 약제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 최근 몇 가지 약제들이 개발되고는 있으나, 아직 기스트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약제는 없다.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또다른 노력으로, 글리벡 치료 후 죽지 않고 남아 있는 암덩어리를 수술로 제거하는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최근 글리벡 치료 후 수술로 남은 종양을 제거한 환자들이 글리벡만으로 치료한 환자들보다 더 낫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글리벡이라는 탁월한 약제가 개발돼 기스트에서는 이제 수술이 필요치 않을 것이라는 초기의 성급한 전망과는 달리 아이러니컬하게도 오히려 글리벡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수술이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암에 안 걸리려면 평소 가져야 할 생활수칙은 무엇인가.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