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전지훈련 구상 김기태 감독
하지만 한국 생활 3년째였던 지난해 주키치는 이전과 달랐다. 완전치 않은 몸 상태로 스프링캠프에 나타났고, 시즌에 들어가서도 좋았던 시절의 구위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는 전반기 막판 2군으로 내려갔다. 후반기에 한 차례 1군에 올라왔지만 난타당한 뒤 2군으로 떨어졌다.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이 한창일 때 김기태 LG 감독(사진)에게 “왜 주키치를 올리지 않느냐”고 물었다. “팀을 위한 마음가짐이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감독의 답이었다.
LG는 지난해 주키치가 없는 상황에서도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냈다. 에이스의 빈자리를 팀워크가 채웠다. 그것은 2011년 취임 후 줄곧 이어온 김 감독의 선수단 운영 철학이기도 하다.
○ 중요한 건 절실함
리즈와 일치감치 재계약을 확정한 LG는 최근 2명의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3루와 1루 수비가 가능한 스위치 히터 조시 벨(28)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코리 리오단(28)이다.
당초 LG가 원했던 타자는 오른손 거포였다. 왼손 타자가 많은 팀 특성상 오른손 홈런 타자가 들어오면 타선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벨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4홈런에 그쳤고, 통산 타율도 0.194밖에 되지 않는다. 당연히 팬들 사이에서 “LG가 올 시즌 성적을 포기한 게 아닌가”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 두려움 떨쳐낸 선수들
김 감독은 ‘이기면 선수 덕분, 지면 감독 책임’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우리 선수들은 ‘더 잘해야 한다’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의 선전으로 그런 두려움을 많이 떨쳐낸 것 같다. 요즘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자신감이 넘쳐난다. 감독으로서는 그런 부분에서 행복함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해 선전에 힘입어 LG의 올 시즌 우승을 바라는 팬들이 많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우승보다는 영원히 강한 팀을 만드는 게 내 목표다. 나는 떠나도 LG란 팀은 영원하지 않나. 그런 강한 팀의 발판이 되고 싶다. 물론 그 와중에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운이 맞아떨어진다면 우승이라는 선물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야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