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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 “거물 용병 왜 안 데려왔냐고? LG는 끈끈하니까”

입력 | 2014-01-15 03:00:00

美서 전지훈련 구상 김기태 감독




벤자민 주키치는 2년 전만 해도 LG의 에이스였다.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둔 그는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 팬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한국 생활 3년째였던 지난해 주키치는 이전과 달랐다. 완전치 않은 몸 상태로 스프링캠프에 나타났고, 시즌에 들어가서도 좋았던 시절의 구위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는 전반기 막판 2군으로 내려갔다. 후반기에 한 차례 1군에 올라왔지만 난타당한 뒤 2군으로 떨어졌다.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이 한창일 때 김기태 LG 감독(사진)에게 “왜 주키치를 올리지 않느냐”고 물었다. “팀을 위한 마음가짐이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감독의 답이었다.

주키치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왼손 투수가 절실했던 LG이기에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때 김 감독은 “주키치를 엔트리에 포함시키려면 시즌 내내 고생했던 한 선수를 빼야 한다. 팀을 위해 헌신한 선수에게 그런 아픔을 주기 싫다”고 했다.

LG는 지난해 주키치가 없는 상황에서도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냈다. 에이스의 빈자리를 팀워크가 채웠다. 그것은 2011년 취임 후 줄곧 이어온 김 감독의 선수단 운영 철학이기도 하다.

○ 중요한 건 절실함

리즈와 일치감치 재계약을 확정한 LG는 최근 2명의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3루와 1루 수비가 가능한 스위치 히터 조시 벨(28)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코리 리오단(28)이다.

당초 LG가 원했던 타자는 오른손 거포였다. 왼손 타자가 많은 팀 특성상 오른손 홈런 타자가 들어오면 타선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벨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4홈런에 그쳤고, 통산 타율도 0.194밖에 되지 않는다. 당연히 팬들 사이에서 “LG가 올 시즌 성적을 포기한 게 아닌가”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가족과 모처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 감독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은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존 선수들과의 형평성과 팀 밸런스를 고려했다. 메이저리그에서 100개 이상 홈런을 친 타자도 영입 리스트에 있었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돈을 주고 그런 선수를 데려와서 우리 선수들이 소외감을 느끼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액면가(메이저리그에서의 성적)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름값은 떨어질지 몰라도 야구에 대한 절실함과 간절함을 가진 선수가 필요하다. 28, 29세 정도의 선수는 선수로서의 전환점을 생각해야 할 나이다. 잘못된 선택이었다면 내가 욕을 좀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리오단 역시 메이저리그 등판 경험이 한 번도 없는 마이너리그 투수다.

○ 두려움 떨쳐낸 선수들

김 감독은 ‘이기면 선수 덕분, 지면 감독 책임’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우리 선수들은 ‘더 잘해야 한다’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의 선전으로 그런 두려움을 많이 떨쳐낸 것 같다. 요즘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자신감이 넘쳐난다. 감독으로서는 그런 부분에서 행복함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해 선전에 힘입어 LG의 올 시즌 우승을 바라는 팬들이 많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우승보다는 영원히 강한 팀을 만드는 게 내 목표다. 나는 떠나도 LG란 팀은 영원하지 않나. 그런 강한 팀의 발판이 되고 싶다. 물론 그 와중에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운이 맞아떨어진다면 우승이라는 선물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야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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