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번역은 이렇다. 그것은 막 떠났다. 그것은 떠났다가 돌아왔다. 그것은 막 다시 떠났다. 여기서 그것(ça)은 유령을 뜻한다. 유령은 무덤으로 갔다가 돌아오는(revenir) 것이라고 해서 revenant이라고도 불린다. 하이데거는 고흐의 허름한 구두 그림을 해설하면서 그림 자체에서는 알 수 없는 ‘대지와 농민의 정신’이라는 유령을 불러들이고, 데리다는 그 유령을 다시 떠나보내며 그림은 그림 자체로 보자고 권한다.
▷진중권의 대표작은 그가 그제 출간 20주년이라고 기자간담회까지 연 ‘미학 오디세이’다. 80만 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글솜씨는 있다. 스스로는 대학 시절 노동자 문화운동을 하면서 노동자를 상대로 글을 써본 경험이 도움을 줬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노동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목사를 아버지로 둔 프티부르주아 집안에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교양물을 접해 본 사람 특유의 박람강기(博覽强記)는 글 읽기에 자극이 되기도 하고 방해가 되기도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