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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김문수, ‘삶의 여유 vs 통일강국’ 同夢異望

입력 | 2014-01-15 03:00:00

[정국 풍향계, 이들]② 정몽준 vs 김문수
非朴-당내입지 취약-2012 대선 좌절-2017 재도전… 정치행보 비슷




오월동주(吳越同舟). 서로 상대방을 내켜하지는 않지만 공통의 어려움이나 이해관계 때문에 손을 잡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 어쩌면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지금 관계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두 사람은 1951년생 동갑내기이자 서울대 상대 동기생(70학번). 2012년 나란히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비박(비박근혜) 연대’로 한때 공조 체제를 유지했지만 차기 대선에선 여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한 내부 경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두 사람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같은 정치적 선택을 했다. 여권 내에서 수도권의 승리를 위해 각각 경기지사 3선(選) 출마와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불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그 대신 두 사람은 2017년 대통령선거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지사는 14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3선을 하면 창의적 정책이나 추진력이 오히려 약해질 수도 있다”고 했고, 정 의원은 “내가 국회에 있는 것도 국회와 나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와 정 의원이 다시 한 번 ‘비박 연대’를 형성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차기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굳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박근혜 구하기’에 나설 필요가 있겠느냐는 정치적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 의원으로서는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패할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김 지사도 경기도를 야권에 내줄 경우 제기될 수 있는 정치적 책임론에 대해 “왜 진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안철수 신당 후보도 나올 것이고, 2010년 지방선거 때보다 정치 지형이 오히려 괜찮은 것 아니냐고 판단한다.

두 사람의 정치적 처지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과 함께 국회 최다선인 정 의원은 2002년에 이어 2012년 대선에 도전했지만 경선 룰 논란 속에 중도 하차했다. 김 지사도 15대부터 경기 부천소사에서 내리 국회의원 3선을 한 뒤 2010년에는 ‘경기지사 최초 재선’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2년 전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가 당내 입지의 한계를 절감한 채 ‘초라한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각은 다르다. 김 지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남북통일이 된 선진 강국 대한민국 건설’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6월 지사직 임기가 끝난 뒤 북한 인권과 남북통일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는 통일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 의원에 대해선 “대학 동기이지만 그동안 걸어온 길에 차이가 많이 난다.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대기업 대주주인 정 의원과 운동권 출신인 자신의 서민 이미지를 대비시킨 것이다.

반면 정 의원은 ‘여유 있는 국민의 삶’을 국가 비전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는 “현재 국민의 삶이 여유가 없다. 국정 목표는 좀 더 여유 있는 국민의 삶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현역 의원이라는 강점을 최대한 살려 여당 의원들과의 접촉 빈도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정 의원은 김 지사에 대해선 “과거 노동운동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잘못됐다고 해서 생각을 바꾼 것을 보면 ‘용기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김 지사가) 서민이기 때문에 서민을 안다는 것은 이제 좀 옛날식이다. 서민을 중산층으로 만드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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