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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정안]‘北 개혁의 악동’은커녕 선전도구 된 로드먼

입력 | 2014-01-16 03:00:00


김정안·국제부

“쓰지도 못할 핵무기는 뭐 하러 만드느냐?”

전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은 지난해 9월 초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원산 인근 바닷가 별장에서 가진 술자리에서 던진 이 한마디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로드먼이 지난해 2월 묘기 농구단 ‘할렘 글로브 트로터스’ 일행을 이끌고 처음 북한에 가 코카콜라를 옆에 놓고 김정은과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람할 때 준 신선한 충격과는 조금 달랐다. 로드먼의 ‘핵무기’ 질문에 김정은은 “나는 난처한 입장”이라는 짧은 대답밖에 안 했다지만 ‘핵무기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8일 김정은의 생일을 맞아 네 번째로 방북한 로드먼은 친선 농구경기 시작 전 ‘해피 버스데이 투 유 마이 디어 정은’ 노래를 부르고 방북 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는 “사람들에게 북한이 그렇게 나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려는 것”이라고 방북 목적을 설명했다. 14일 미국 귀국 직후 뉴저지 주 뉴어크 공항에서도 “북한과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정은) 원수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로드먼은 지난해 12월 12일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처형한 뒤 공포정치를 펴고 있는 김정은 앞에서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행동했다. 그와 동행한 전 NBA 선수인 찰스 스미스가 “데니스의 일부 언행은 우리의 노력을 더럽혔다”고 개탄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국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로드먼은 자신이 아주 야만적이고 무모한 애송이(김정은)의 선전도구가 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지능이 낮은 백치”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로드먼 경기를 보러 12세 때 프랑스 파리까지 갔던 김정은과 로드먼의 친밀함을 서양 언론은 ‘브로맨스(bromance·brother+romance)’로도 부른다. 두 사람의 나이와 체제를 떠난 ‘우정’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로드먼은 홍보수단이 됐을 뿐이다.

로드먼이 앞으로도 북한을 드나들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많은 이들은 ‘코트의 악동’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방북 기간에 북한의 아픈 현실을 직접 찔러대는 ‘개혁의 악동’이 되기를 기대했다. 공포정치를 펴는 김정은 앞에서 ‘온순한 양’으로 북한체제나 홍보할 생각이라면 이젠 지겹다. 더이상 방북하지 말기를 바란다.

 김정안·국제부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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