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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석동빈 기자의 DRIVEN]현대차 신형 제네시스

입력 | 2014-01-17 03:00:00

확 바뀐 외모·강력한 4륜구동 장착… ‘신의 한 수’ 될까




현대자동차의 마음은 다급하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라인업을 확장하며 대형차에서부터 소형차까지 국내 시장을 잠식해 종자돈을 빼가기 시작했다. 품질과 디자인을 높여 세계 시장에서 독일과 일본 브랜드에 대항하려면 더 많은 종자돈이 필요하지만 이 상태로는 해외시장은커녕 집안부터 거덜 날 처지다.

한때 주춤하던 도요타는 다시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고, 종이호랑이로 보였던 미국 브랜드는 무뎌진 이빨을 갈고 있다. 게다가 중국 토종 브랜드가 급격히 성장해 10년 이내의 기술 격차로 쫓아오고 있다.

힘겨운 전쟁에서 제갈량의 역할을 기대하며 내놓은 자동차가 바로 신형 ‘제네시스’다. 채널A의 자동차 프로그램인 ‘카톡쇼’에서 제네시스를 철저하게 분석해 봤다.

모방했지만 상품성 높인 디자인

신형 제네시스의 디자인에서 구형의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현대차는 강한 바람이 깎아 놓은 듯이 굵직한 선(線)들이 많았던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라는 디자인 콘셉트의 2.0버전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기존 디자인 철학을 포기하고 새로운 디자인 원칙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플루이딕 스컬프처는 세계적으로 현대차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뒀지만 복잡한 선과 굴곡이 너무 강해 디자인 과잉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았고 거부감을 보이는 소비자도 더러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하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디자인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BMW와 벤츠 아우디의 디자인 요소를 참고한 것이 눈에 보인다. 이로 인해 기존 모델에 비해 독창성은 떨어지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전체적인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서 상품성은 상당히 향상됐다. 고급스러운 소재의 사용과 이빨이 꼭 맞아떨어지는 조립 품질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흡사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특히 시트의 곡선 처리와 팽팽하게 당겨 놓은 가죽, 삐뚤빼뚤하지 않은 스티치는 확실히 현대차의 디자인 능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전에는 프리미엄을 따라하려고 노력했지만 어설펐다면 이제는 어떤 요소들이 사용자들에게 감성적인 만족감을 주는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제대로 소화해 낸 것으로 평가된다.

4륜구동이 추가된 주행성능 향상

차체의 강성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으로 주행 안정감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구형 제네시스는 저속 주행에서 승차감이 쾌적하고 잔진동을 잘 걸러 줘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었지만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주행 밸런스가 흐트러져 독일 브랜드 세단과는 차이가 벌어졌고, 요철이 심한 도로에서는 충격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뒤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신형 제네시스는 시속 180km까지 안정감이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19인치 휠에 편평비가 35%, 폭이 275mm에 이르는 초광폭 타이어를 후륜에 넣었지만 잔진동은 물론 노면의 큰 충격까지 어느 정도 소화해 내는 능력도 확보했다. 특히 차체가 뜨지 않고 도로를 내리누르며 달리는 느낌이 좋았다.

전반적으로 스포티한 핸들링보다는 안정감과 승차감 위주로 서스펜션이 설계됐다. 초대형 세단 수준의 휠베이스(앞뒤 휠 사이의 거리) 때문에 날렵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신형 제네시스는 기존 모델보다 전체 길이는 5mm 늘어났지만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는 75mm나 늘어났다.

엔진은 전륜 축의 앞쪽에 쏠려 있지 않고 전륜 축의 중심에 올려졌다. 덕분에 전후륜의 무게 배분이 49 대 51로 거의 50대 50에 가까워 이상적인 밸런스를 갖췄다.

동력 전달 부분에서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 항시 4륜구동이 들어간 것. 이에 따라 눈길 주행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됐고 고속주행 안정감도 올라갔다.

카톡쇼에서는 경사 10도 정도의 눈길 오르막길에서 실험을 해 봤는데 제네시스는 살짝 바퀴가 헛도는가 싶더니 곧바로 힘차게 등판을 시작했고, 일단 출발한 뒤에는 거의 평지처럼 가속이 가능했다. 후륜구동 모델은 도저히 흉내내기 힘든 부분이다.

연비와 가속력은 감소

제네시스는 이 같은 주행 성능 향상을 위해 초고장력 강판을 기존 제네시스보다 4배나 많이 사용했다고 하지만 무게는 150kg 늘었다. 초고장력 강판은 차체의 무게를 크게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강성과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지만 여러 가지 편의·안전장비들을 추가로 달면서 무게 증가를 최소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단가가 높은 알루미늄을 차체의 곳곳에 많이 사용했다면 무게 증가를 억제할 수 있었겠지만 차의 가격이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힘을 많이 받는 프레임 부분에 레이저 용접을 늘리고 구조접합용 본드도 많이 사용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또 서스펜션 마운트에는 알루미늄을 사용했는데, 이는 무게 감소의 효과도 있지만 타이어를 통해 올라오는 소음과 진동을 줄이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알루미늄은 소음과 진동 흡수력이 강철에 비해 높다.

무게가 늘어나고 4륜구동의 구동계통 저항이 추가되면서 연료소비효율(연비)은 떨어졌다. 카톡쇼에서 테스트한 결과 서울 도심 주행은 L당 6.2km, 시속 100km 정속 주행은 12.1km로 나왔다. 기자가 직접 4만 km 이상 장기 테스트 중인 구형 제네시스 3.8 모델은 시내 주행이 평균 6.7km, 고속도로 주행은 13km 정도다. 신형은 구형 대비 8% 정도 연비가 떨어진 셈이다. 4륜구동과 안정성이 증가한 대가로는 나쁘지 않은 지출이지만 그 폭을 5% 이내로 묶었다면 제네시스의 가치는 더욱 빛났을 것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신형이 6.5초로 측정됐다. 구형 모델은 6.1초였다.

화려해진 첨단 편의·안전장비

제네시스에서는 현재 자동차에 적용된 거의 모든 편의·안전장비가 다 들어 있다고 해도 될 정도다. 차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효과를 주는 360도 서라운드 뷰가 새롭게 적용됐다.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주는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은 기본이고 앞차가 급정지해서 추돌 위험이 있을 때 자동으로 브레이크 밟고 안전벨트를 바짝 당겨 주는 프리세이프 기능도 들어갔다.

헤드업디스플레이와 함께 고속도로에서 크루즈컨트롤로 주행할 때 과속단속 카메라가 나오면 그 속도로 자동으로 줄여 주는 기능도 처음으로 선보였다. 여기에 무릎에어백도 추가됐다.

보행자 충돌 시 보닛을 들어올려 보행자의 부상을 줄여 주는 액티브 후드 시스템도 현대차 최초로 적용됐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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