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1위 美 데이비스 후반에 강해… 500m 최강 모, 600m까진 1초 앞서 차이 1.2초로 벌리면 2관왕 충분해
15일 훈련에서 가볍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모태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그런 데이비스가 경기장에서 만날 때마다 꼭 말을 붙이는 선수가 있다. 밴쿠버 올림픽 남자 500m 금메달리스트인 모태범(25·대한항공)이다.
데이비스는 모태범과 같이 빙상에 설 때면 “헤이, 태범.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도 500m는 네게 줄 테니까 1000m는 나한테 양보해”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모태범은 이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한다고 한다. “No(싫어).”
○ 1000m에 다걸기
기록상으로 보면 모태범이 올림픽에서 남자 500m를 2연패할 가능성이 크다. 2013∼2014시즌 남자 500m 월드컵 랭킹에서 모태범은 527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와 3위는 미헐 뮐더르(네덜란드·458점)와 나가시마 게이이치로(일본·414점)다. 올림픽 남자 500m에서는 두 차례 레이스를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데 꾸준함에 있어 모태범을 따라갈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 남자 1000m는 여전히 ‘데이비스 천하’다. 데이비스는 월드컵 1∼3차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면서 370점으로 압도적인 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모태범의 월드컵 랭킹은 4위(173점)다.
하지만 모태범은 입만 열면 1000m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15일 만난 그에게 “왜 그렇게 1000m에서 우승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사람 욕심이 끝이 없는 것 같다. 지난 올림픽에서 500m 금메달을 따봤으니 이번에는 1000m에서 일을 내 보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 0.2초에 메달 색깔이 바뀐다
비록 한 번이었지만 모태범이 데이비스를 꺾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1000m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모태범은 1000m에 모든 초점을 맞춰 훈련을 해 왔다. 좀더 몸을 가볍게 만드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체중을 작년 여름에 비해 4kg이나 줄였다. 그 대신 체력 운동의 강도는 높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온몸이 근육질이다.
15일 훈련에서 가볍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모태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날 모태범은 “올림픽에서 정말 잘 탄다면 대회 후 자동차 광고를 찍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과연 1000m 금메달이 자동차 광고 모델의 열쇠가 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