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를 통해 드러난 체육단체들의 운영 실태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이런 변화의 무풍지대가 남아 있는지 믿기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다. 대한야구협회는 사업비를 중복 정산하는 방식으로 국고보조금 7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한배구협회가 2009년 서울 강남에 177억 원을 주고 구입한 회관 건물은 당시 시세보다 40억 원 비싸게 사들인 의혹을 받는다.
▷체육단체들은 연간 3000억 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다. 국민 세금을 쓰는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집행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리와 방만한 운영뿐 아니라 조직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 단체는 임원 가운데 57%가 같은 대학 선후배로 이뤄져 있었다. 회장은 아버지, 딸은 부회장, 아들은 심판위원장을 맡고 있는 단체도 있다. 걸핏하면 편파 판정과 승부 조작 등 추문들이 불거지는 것도 ‘그들만의 잔치’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문제는 대책이다. 체육단체들을 총괄하는 대한체육회는 단체장들의 ‘장기 집권’이 큰 원인인 것으로 보고 지난해 임원의 중임(重任) 제한 규정을 신설했지만 56개 가맹단체 중에서 10여 곳은 아직 관련 정관을 바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부터 문제가 됐던 법인카드의 무분별한 사용, 예산의 자의적 집행 등 잘못된 관행도 여전하다. 기본적으로 민간 차원의 단체들이어서 제동장치가 마땅치 않다.
▷요즘 스포츠처럼 위상이 높아진 분야도 없다. 인기 선수들은 부와 명예를 함께 누린다. 생활체육의 확대로 스포츠를 몸소 즐기는 국민도 급증했다. 그러나 관련 단체의 사회적 책임감은 수십 년 전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근대 올림픽을 창시한 피에르 쿠베르탱은 스포츠인을 향해 페어플레이와 정의, 화합을 외쳤다. 그의 호소는 전 세계에 공감을 얻어 스포츠 확산에 기여했다. 정부는 체육단체의 비리, 승부 조작 등을 감시하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만든다고 하지만 제도 이전에 중요한 것은 관련 단체들이 스포츠정신을 다시 마음에 새기고 몸에 익히는 일이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