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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은어사전’앱 개발 이재원씨 “어른들이 먼저 귀를 여세요”

입력 | 2014-01-17 03:00:00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동아일보-채널A 공동 연중기획]




“학생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선생님이 많더라고요. 청소년과 기성세대를 잇는 징검다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선교 관련 콘텐츠 제작업체인 리틀송의 이재원 씨(35·사진)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청소년 은어사전’을 개발한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청소년 은어사전은 은어 270여 개의 뜻풀이와 예제, 순화된 표현을 사전 형태로 구성한 앱이다. 2010년부터 무료 배포를 시작해 현재까지 다운로드 수가 100만 건을 넘었다.

이 씨는 신학대를 졸업한 전도사 출신. 5년 전 충남 천안시의 한 교회 청소년부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중 아이들의 입에서 걸핏하면 튀어나오는 은어를 듣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앱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던 이 씨는 컴퓨터를 사고 동료 전도사들과 책을 뒤적여가며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한 달여간의 노력으로 개발한 은어사전은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경찰청과 초중고교의 요청을 받아 청소년 은어를 주제로 강연도 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새로 등장하는 신조어를 꾸준히 추가하고 있다.

이 씨는 앱을 개발한 뒤 “은어 사용을 장려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무조건 은어를 금기시하는 것보다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대화를 시작할 수조차 없다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으니까요.”

그는 아이들과의 대화 중 나오는 은어를 자연스레 알아듣는 눈치를 보이면 친밀감이 부쩍 높아지는 걸 느꼈다고 한다. 다만 비속어나 인격을 비하하는 뜻을 담은 은어는 말의 유래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쓰지 않는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게 그의 원칙이다.

“지금 30, 40대도 10대 시절을 돌이켜보면 곧잘 은어를 쓰지 않았나요.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무리하게 어울리려고 어른이 마구 은어를 남발하면…. 경험상 아이들이 별로 좋게 보는 것 같진 않더라고요.”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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