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준 기자
모든 공무원이 손사래를 친 고질민원, 악성민원을 ‘듣고 또 듣기’, 경청을 통해 풀어낸 그들의 이야기(본보 1월 16일자 A6면)는 그만큼 울림이 컸다.
한 공무원은 특별조사팀 장태동 팀장에게 “민원인들의 말을 5분 동안 듣기도 어렵다.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특별조사팀은 악성 민원인의 하소연을 1회 평균 4시간씩, 총 50회나 들어준 적도 있다. 200시간 넘게 듣고 또 들은 셈이다.
“법 집행 권한을 가졌다고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생각을 강요하면 안 됩니다. 그들의 호소를 ‘말이 안 된다’며 잘라버리면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습니다. 10분, 20분만이라도 인내심을 갖고 귀 기울여 들어보세요. 그러면 상대를 이해하게 됩니다.”
장 팀장은 ‘경청이야말로 진정한 대화를 이끌어, 문제 해결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경험칙을 일일이 설명했다. 하지만 그에게 전화를 걸어 한 수 배워야 할 사람들은 정작 따로 있는 것 아닐까. 막말과 욕설로 얼룩진 여의도 정치권 사람들이다.
한 관료의 말이다.
“국회 답변 때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다. 국회와 행정부는 견제와 균형의 관계다. 국회의원들은 장관에게 막말을 쏟아내고선 잠깐의 답변 기회조차 제대로 안 준다. 원하는 답변만 강요할 뿐,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여야 대표가 각각 신년 기자회견에서 동아일보 연중기획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의 취지에 공감하며 ‘막말 추방’을 외쳤다. 그렇다면 ‘경청 리더십’을 먼저 실천해보길 권한다. 귀 기울이다 보면 무엇이 갈등을 만들었는지 깨닫게 되고, 문제를 풀 실마리가 보인다.
고충민원특별조사팀이 정치권에 주는 소중한 교훈이다.
윤완준·정치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