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오리농장 고병원성 AI 판명
오리 땅에 묻는 방역당국 17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전북 고창군 신림면의 한 오리농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오리들을 도살 처분하고 있다. 이날 고창군에서는 오리 2만1000여 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전북도는 이 지역에서 발생한 AI의 확산을 막기 위해 도내 14개 시군 가금류 농장을 긴급 방역하고 외부인 출입통제 조치를 내렸다. 고창=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인근 저수지 가창오리 떼가 옮긴 듯”
정부는 이날 고창군 오리농가의 오리 2만1000마리를 도살 처분한 데 이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고창군 오리농가에서 3km 이내에 있는 닭 농장 2곳의 닭 5만6000마리를 도살 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종율 한국오리협회 전북지회장은 “AI 확산을 막기 위해 오전 2시부터 밤을 새우며 방역초소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 사육 농가는 고창에 50여 곳 등 전북에만 400여 곳에 이른다. AI가 발생한 이 농장은 충남 공주∼전북 익산·고창∼전남 영광·목포를 연결하는 국도 23호선 길가에서 700∼800m 떨어져 있다. 다행히 ‘오염지역’으로 지정된 농장 반경 500m 안에는 오리 사육 농가가 없다.
그러나 H농장은 종자오리를 전국에 공급하고 있어 AI가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 농장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충북(16곳), 충남(3곳), 경기(2곳), 전북(3곳) 등 전국 24곳의 사육장에 17만여 마리의 새끼오리를 공급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들 농장의 오리 이동을 통제하고 AI 바이러스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혈청검사를 했으나 아직까지 이상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박용호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이번 AI 발생은 이 농장에서 2∼3km 떨어진 동림저수지를 찾은 겨울철새인 가창오리 떼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검역 관계자들은 동림저수지에서 죽어 있는 가창오리 10여 마리를 수거해 AI 연관성 여부 확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전북 부안군 줄포면 신리의 오리 사육 농가에도 AI 의심 신고가 들어와 긴급방역반이 출동해 고병원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 농장의 주인 정모 씨는 6500마리의 오리를 사육하고 있는데 이틀 사이에 600∼700여 마리가 폐사해 의심 신고를 했다. 조사 결과는 18, 19일경 나올 예정.
전북도와 고창군은 이날 긴급 유관기관 회의를 열어 주요 도로 74곳에 이동통제초소를 설치하고 거점소독장소 76곳을 설치했다. 위험지역(3km) 안에 있는 부화장을 폐쇄하고 계란을 모두 폐기했으며 오리를 비롯한 가축의 이동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전북에서는 2006년 11월 익산과 김제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고 2008년과 2010년에도 AI가 발생해 1188억 원의 막대한 피해가 났다.
농식품부는 H농장에서 오리 병아리를 분양받은 4개도 24개 농장과 오리 병아리 운반용 차량이 출입한 충북 진천의 도계장을 대상으로 긴급 방역 조치에 들어갔다. 농식품부는 AI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도살 처분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날 정부와 새누리당은 AI 방역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농식품부는 이동필 장관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시도지사 회의를 열고 각 지자체에 적극적인 방역을 당부했다.
○ 불안감 확산…오리 식당은 울상
한편 농식품부는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농장의 가금류는 이동이 엄격하게 통제된 상태에서 도살 처분돼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익힌 닭고기나 오리고기, 계란의 섭취를 통해 AI가 전염될 위험성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낸 바 있다.
고창=김광오 kokim@donga.com·이형주
김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