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였던 것 같다. 마치 어린 학생과 선생처럼, 십 년 넘게 한쪽은 언제나 묻고 한쪽은 언제나 답해주는 관계였기에 나는 더 놀라고 당황했던 것 같다. 함께 산에 갔다 내려오는 길이었다. 산기슭까지 거의 다 내려와 작은 마을에 다다랐을 때, 공터에 모인 아저씨들이 공을 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쪽엔 응원하는 아주머니들과 아이들도 보이고, 우리의 시선도 한참이나 그쪽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때, “근데 저게 뭐야?” 선배가 물었다. “네?” 나는 선배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선배가 질문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저게 뭐냐고. 축구도 아니고, 배구도 아니고….” 선배의 얼굴을 봤다, 아저씨들의 공 차는 모습을 봤다, 내 고개가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한 후에야 나는, 선배가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농이 아니라, 선배는 정말 궁금해서 내게 묻고 있는 것이었다. “족구…요…. 선배, 처음 봐요?” “응. 저게 족구구나. 이름은 들어봤지.”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선배. 놀라 당황하고 있는 건 나뿐이었다.
“그럴 수 있지. 그 선배, 여중 여고 여대 나왔잖아. 남자친구 군대 보내본 적도 없고. 모를 수 있지 왜. 세상에 모르는 거 없는 사람이 어딨냐?” 나도 안다. 세상에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은 없다. 소크라테스도, 내가 남들보다 뛰어난 건 모르는 게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게 뭔지를 내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으니, 한 인간이 세상 모든 걸 다 안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놀랐다. 당황했다. 선배가 족구를 모른다는 사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선배가 ‘내가 알고 있는 걸’ 모른다는 사실에. 선배는 언제나 내게 큰 산, 못하는 게 없는, 모르는 게 없는, 그래서 언제나 나는 묻고 선배는 답해주는 사람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에…. 어쩐지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언제나 선배에게 물어 보려고만, 받으려고만 했던 것 같아서.
강세형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