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인 뉴스에 관한 한, 아내만 한 ‘특종 기자’가 없다. 퇴근한 남편에게 아내가 긴급 뉴스를 전한다. “○○ 씨 남편이 짐 싸서 나갔대.” 남편이 반박한다. “닭살커플이잖아? 헛소문이겠지.”
잠시 후 아내의 보도가 사실로 밝혀진다. 대체 아내들은, 어떤 취재 수완이 있기에 그토록 남의 비밀에 정통한 것일까?
그 경로를 파악하고 나면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단 것에 다시 놀라게 된다. 친구한테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친구는?
일상의 비밀은 두 가지로 나뉜다. 남의 비밀과 나의 비밀이다. 남성은 남의 비밀에는 관심을 보이지만 자기 비밀을 남에게 얘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내가 별거를 선언했을 경우, 친한 친구에게도 좀체 털어놓지 않는다. 확실한 해결책을 기대할 수 없다면 약점이 될 수 있는 비밀을 함부로 보여 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에 비해 여성들끼리는 거리낌 없이 비밀을 털어놓는다. 두려움이나 약점까지 노출시킨다. 왜 그럴까.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친한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기감정의 정당성을 확인받는 동시에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여자들은 때로는 비밀을 ‘친해지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비밀을 먼저 얘기하는 여성의 의도는 이렇다. “내 약점을 드러낼 만큼 당신을 믿으니까….” 고백을 들은 이 또한 자기 비밀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다. 비밀 공유는 유대감으로 서로를 묶는 끈이다.
그런데 비밀 교환은 친밀감과 위안을 얻는 대신 뒷담화에 노출될 위험 또한 안고 있다. 실제로 여성들 모임에서의 대화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게 뒷담화다. 유대감을 자주 확인하는 게 여성들의 특징인데, 모일 때마다 새 비밀이 나오기 어려운 만큼 ‘자리에 없는 누군가의 비밀 폭로’로 대신하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비밀 공유다.
혹시 아내가 모임에 나간 뒤로 귀가 가렵다면 그곳에서 당신에 대한 험담이 오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내는 친구나 이웃에게 남편의 잘못을 전하는 데도 특종 기자이니 말이다. 남편 평판의 일부는 아내가 만든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