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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별별 예쁜 책]친근한 구어체… 디자인 책은 무겁다는 편견 훌훌

입력 | 2014-01-18 03:00:00

◇패키지 디자인 레시피/하기옥 지음/312쪽·3만3000원·다산북스




저자는 폰트를 두고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도 문제를 다 풀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야 하는데 뛰어나다는 것은 자기만의 이름과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서 다름을 나타내야 한다는 거야”라고 썼다. 맷돌에 갈리며 돌아가는 메주콩의 이미지를 표현한 타이포그래피.(왼쪽) 숲과 나무와 풀잎의 이야기가 있는 타이포그래피. 다산북스 제공

책은 패키지(포장) 디자인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다. 책 제본은 옛날 한문책을 연상시키는 누드 사철 제본 방식을 택했다. 책등을 검은색 실로 꿰맨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니 ‘날것’ 같다. 날것인 책은 한지로 된 띠지가 포장하듯 감싸고 있다. 띠지에 붙은 스티커를 떼야 책을 펼칠 수 있다. 책 표지를 펼치니 포장지로 흔히 쓰는 갈색 면지가 눈에 들어온다. 책을 만나는 과정이 어떤 선물이 들어 있을까 두근거리며 포장지를 벗겨내는 이벤트 같다.

디자인 책은 크고 무겁다는 편견을 버려도 좋다. 책 판형(14.5cm×26cm)이 길쭉해 손에 쥐기 편해 읽기도 좋다. 저자는 30년 이상 식품 패키지 디자인을 해온 디자인 전문회사 디자인폭스의 대표다.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아침햇살’, ‘가을대추’, ‘초록매실’ 같은 음료 브랜드를 디자인했다. 책 전반부는 패키지 디자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후반부는 디자인 결과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뒀다. 책 속에 담긴 저자의 낙서, 스케치, 일러스트, 타이포그래피, 완성된 제품 패키지도 재밌는 볼거리다.

저자는 ‘했어’, ‘거든’, ‘거야’ 같은 친근한 구어체로 독자에게 말을 건다. 디자인 전문 서적이지만 일반 독자에게도 주는 메시지가 있다. 패키지 디자인의 핵심도 결국 사랑이란다.

“뭐든 정성이 필요한 거야. 그 정성이 서로 만든 통로를 따라 어떤 접점에서 만나게 될 때 서로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상대를 읽게 되지. ‘그래, 내 마음이 너의 마음에 와 닿으면 내 손을 잡아봐. 실망시키지 않을게.’ 이런 식으로 편안하게.”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