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새학기 수요 몰려 원룸 전쟁… 서울지역 캠퍼스촌 6곳 가보니
3월 개강을 앞두고 대학가에 ‘방 찾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숙집 형태의 월세 아니면 전세 원룸이 일반적이었던 대학가에서 2012년 이후에는 많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대학생들이 조건에 맞는 방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저금리 시대의 여파로 목돈보다는 매월 현금을 확보하려는 집주인들은 월세 조건을 ‘담합’이라도 한 듯이 맞추고 있다.
대학생들은 “아파트 전세난이 심하다고 하지만 대학가에는 그보다 더한 원룸과 오피스텔 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학가 원룸과 오피스텔은 사실상 월세가 자리 잡았다. 계약기간이 1년 단위로 아파트보다 짧다 보니 저금리 기조가 시작된 직후인 2012년 말부터 전세 물량은 대부분 사라졌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목돈이 필요한 집주인이 아니면 전세를 내놓지 않는다”며 “입주자를 찾는 원룸의 10% 남짓이 전세 물량”이라고 말했다.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 점점 줄고는 있지만 아직 절반이 넘는다.
신축된 지 5년 미만인 다가구·다세대주택에서 전용면적 16.5∼20m² 규모인 원룸의 경우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이 평균치가 됐다. 여기에 크기나 위치, 편의시설 등에 따라 10만∼20만 원 정도 웃돈이 붙는다. 2012년 9월에는 신촌역 인근 전용면적 20m² 규모의 오피스텔을 전세 7000만 원에 계약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임대료 60만∼70만 원의 월세(전세 환산 7000만∼8000만 원)로만 나와 있다.
대학가는 수요가 꾸준해 부동산 경기와 상관없이 인근 지역보다 원룸의 임대료가 비싼 편이다. 특히 직장인의 수요도 많은 신촌이나 대학로 주변은 더하다. 성균관대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대학로 원룸촌을 찾는 이들 가운데 40%는 직장인”이라면서 “대학가 주변은 밥값만 싸다”고 말했다.
올 들어 일부 대학가의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집주인에게 지난해보다 5만 원가량 월세를 내리라고 권하기도 했다. 각 대학에서 기숙사 공급을 늘리며 원룸 수요가 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집주인들은 월세를 내리는 데는 저항감을 보이고 있다. 보증금을 10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낮출 수는 있어도 월세를 깎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나오는 ‘신촌하숙’은 그야말로 추억이 돼가고 있는 것도 대학가 임대료 상승의 한 원인이다. 대학가에 하숙집이 점차 사라지고 원룸이 확산되면서 싼값의 방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고급 오피스텔이 들어서기도 한다. 지하철역 인근 대로변에 경비가 상주하는 등 시설과 보안이 뛰어난 고급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23.1∼26.4m² 규모가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70만∼90만 원 수준이지만 인기가 높다.
지하철 1호선 회기역(경희대앞) 인근에 최근 들어선 오피스텔 ‘베라체 캠퍼스’는 물량이 나오면 바로 빠진다. 전용면적 30m²에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70만 원 수준이다.
반면 고시원의 2∼2.5배 규모로 찍어내듯 만든 ‘공장형 원룸’도 최근 쏟아지고 있다. 크기는 작아도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전자레인지 등 풀옵션을 갖춰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40만∼60만 원 수준이다. 대학생들이 오피스텔, 신축 원룸을 선호하다 보니 10년 된 다세대·다가구주택을 리모델링해 같은 임대료에 내놓는 경우도 많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홍유라 인턴기자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안하늘 인턴기자 고려대 영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