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유럽선수권 500m 우승
체력부담 작은 단거리 최강 군림… ‘러 귀화→소치 우승’ 목표 착착

안현수 동아일보DB

지난해 11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가 열린 러시아 콜롬나 스피드스케이팅센터는 빅토르 안을 연호하는 러시아 관중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빅토르 안은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의 러시아 이름이다.
모든 관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이름을 외칠 만했다. 대회 마지막 날 열린 남자 5000m 계주에서 안현수의 활약은 한마디로 눈부셨다. 레이스 초반 하위권에 머물던 러시아는 안현수가 스케이트를 탈 때마다 순위를 끌어올리더니 결국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와 좁은 공간에서 상대를 제치는 스케이팅 기술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안현수는 19일(한국 시간) 올해 첫 국제대회로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2014 유럽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남자 500m 결선에서도 40초644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에 따라 무릎 부상과 소속팀 해체 등이 겹쳐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가 다음 달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팀에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원래 500m는 안현수의 주 종목이 아니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도 안현수는 500m에서 동메달을 땄다. 하지만 30대를 향해 가고 있는 안현수는 체력이 관건인 1500m보다는 스케이팅 기술과 스타트가 더 중요한 500m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드레이 막시모프 러시아 대표팀 코치는 “500m만 놓고 보면 한창 전성기 때보다 지금이 더 좋다. 빅토르 안이 합류하면서 러시아 팀의 색깔 자체가 달라졌다. 팀에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팬들 역시 안현수의 선전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ISU 월드컵 2차 대회에서도 “안현수”를 연호하며 박수를 보내는 국내 팬이 적지 않았다. 최근에도 안현수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면 그에 대한 호의적인 글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온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